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을 조기에 바꾸기로 한 것은 교체설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경제사령탑의 영(令)이 서지 않는 상황을 더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쇄 작용으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과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의 교체도 불가피하게 됐다. 다만 예산 국회 등의 일정을 고려해 김 부총리의 실제 교체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경제 투 톱’ 결국 동시 아웃
8일 복수의 청와대 및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9일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수의 장관이 교체됐던 8월 말 개각과 비교하면 특정 자리만 찍어서 교체하는 ‘핀셋 교체’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경제 컨트롤타워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체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기재부와 청와대 정책실의 수장이 힘이 빠진 상황을 더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한때는 순차 교체설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경제 투톱을 동시 교체하기로 했다. 어느 한 명만 교체할 경우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김 부총리가 맡았던 혁신성장과 장 실장이 총괄했던 소득주도성장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두 정책 중 한쪽에만 무게를 두는 것이 아니라 ‘2기 경제팀’이 출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수현 정책실장도 이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총리실-캠프 출신 영향력 확대될 듯
‘경제 투톱’ 교체로 문 대통령의 공약을 총괄했던 측근과 국무총리실 출신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현 정부 출범 이후부터 줄곧 이낙연 총리를 뒷받침해 왔던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경제사령탑인 경제부총리로 이동하는 데다 공석이 되는 후임 국무조정실장에는 역시 이 총리와 호흡을 맞췄던 노형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총리실은 행정·민생 분야는 물론이고 내치의 핵심인 경제 분야에서도 국정 장악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외부 영입파’인 장 실장을 대체하고, 후임 사회수석 자리에는 사회복지 전문가인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복지팀장을 맡았으며 인수위원회를 대신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아 사회복지 분야 국정과제를 총괄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정권 출범 직후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으로도 거론됐었다.
최근 청와대 정책실에서 업무 교통정리가 이뤄진 것도 이번 인사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최근 사회수석실에서 관장했던 탈(脫)원전 정책과 부동산 정책을 윤종원 경제수석에게 넘겼다.
○ 한국당, 벌써부터 김동연에 러브콜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 심사에서 사퇴를 예상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김 부총리는 “어떤 자리에 있든 제약 요건이 있지만 (경제부총리로서) 소신껏 일했다”며 “결과에 대한 것은 제가 미흡했지만 뜻을 펼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기재부 고위 간부들과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고별 만찬’이었던 셈이다.
자유한국당은 김 부총리에게 강하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2016년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서 김 부총리를 우리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었다”며 “이 나라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김 부총리의 지혜를 빌려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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