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경제 투 톱’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을 동시 경질했다. 후임으로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이 각각 임명됐다. 두 사람의 내부 승진에 따라 신임 국무조정실장에는 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이, 사회수석에는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임명됐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9일 브리핑을 갖고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의 교체를 발표했다. 갈등설이 끊이지 않았던 ‘김동연-장하성’ 라인에 대한 순차 교체설이 나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두 사람을 동시에 교체하는 카드를 택했다.
새로운 경제 사령탑이 된 홍 내정자는 강원 춘천 출신으로 한양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9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거쳐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하며 매끄러운 업무 조정 능력을 선보여 이낙연 국무총리의 신뢰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변양균 당시 정책실장의 보좌관을 맡아 ‘변양균 라인’으로 꼽힌다.
정책실을 이끌게 된 김 내정자는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 브레인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경제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을 맡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탈(脫)원전, 부동산, 교육 등을 맡아 ‘왕수석’으로 불렸다. 여권 내부에서도 “김 내정자는 경제 분야에는 다소 취약하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최측근에게 정책실을 맡기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의 아닌 말실수가 많았던 전임 장 실장과 달리 김 내정자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업무 능력을 보여줬다”며 “정책실의 힘이 더 세질 수 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의 승진에 따라 임명된 김연명 사회수석은 연금 분야 전문가다.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을 맡았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 등을 지냈다. 최근 문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에 ‘퇴짜’를 놓은 상황에서 김 수석의 제1과제는 국민연금 개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최근 내부 업무 조정을 통해 탈원전과 부동산 정책을 윤종원 경제수석 관할로 이전해 김 수석의 부담도 줄여줬다.
한편 이번 인사로 이 총리의 장악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홍 내정자의 임명에는 이 총리의 강한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총리는 경제 분야 만큼은 깊게 관여하지 않았으나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측근인 홍 내정자의 인사로 본격적으로 경제 분야까지 관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 내정자의 후임은 노 실장도 이 총리의 고등학교(광주제일고) 후배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이 총리 모두 경제 라인에 대해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총리가 한층 더 ‘책임 총리’로서의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