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고위급회담 연기·김정은 서울답방 어려워진 국면
천해성·서호, 누구 만나 무슨 대화…靑, 확대해석 경계
청와대가 11일 우리 군(軍) 수송기를 통해 제주산 귤을 북한 평양으로 보낸 것을 두고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귤을 보낸 시기와 귤이라는 품목이 갖는 의미 등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귤을 매개로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북미 사이를 전격 중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 촉진에도 나선 게 아니냐는 풀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전 8시 우리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일 평양으로 보내는 귤이 총 200톤으로, 10㎏들이 상자 2만개에 담겼으며,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때 북측이 우리에게 보낸 송이버섯 2톤 선물에 대한 답례라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는 송이버섯 가격을 시장평균가로 환산해 그와 일치하는 귤의 양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이날 북한에 귤을 보낸 것은 시기 면에서 절묘하다는 평가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북미고위급회담이 갑작스럽게 연기된 직후라는 점에서다. 당초 청와대는 북미가 ‘8일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가졌던 터다.
특히 청와대 안팎에선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긍정적 결과가 도출된다면 이는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되면서 북미 사이 갈등이 해소되거나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이 이뤄지기는 다소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귤이라는 품목 자체에 주목한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을 바라는 문 대통령의 신호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한 북악산 등반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이뤄지면 제주 한라산에 함께 오르는 일정도 소화가 가능하다고 했었다.
아울러 일련의 상황에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서호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의 이날 동반 북한행(行)에도 눈길이 쏠린다. 두 사람 모두 우리 대북정책의 핵심을 맡고 있고 천 차관의 경우, 앞서 두 차례 대북특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사실상 ‘귤 특사’가 된 두 사람이 결국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얘기를 나누고 돌아올지가 관건이 된 셈이다.
천 차관의 카운터파트는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지만 ‘청와대의 선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과의 만남이 있을 수 있다. 귤 수송은 12일까지 이틀간 네 차례에 걸쳐 이뤄질 예정인데 천 차관과 서 비서관은 1회차(11일 오전 8시)만 방북하고 오후에는 돌아온다.
청와대는 다만 ‘대북 귤 선물’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북한이 송이를 보내왔을 때부터 내부적으로 답례품을 고민해왔고 이왕이면 북측이 맛보기 어려운 것 중에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던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귤이 막 나는 시점이고 그래서 귤 소비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점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천 차관과 서 비서관을 북한에 보낸 건 북한이 송이버섯을 보내왔을 때 부부장급을 보내와 격을 맞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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