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 비경제 부처 부별심사를 진행했는데 최대 쟁점은 정부가 설정한 1조977억원의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사업비였다. 남북협력기금 공방전이 벌어진 지난 9일의 1차 비경제 부처 부별심사의 연장선인 셈이다.
남북협력기금 대폭 삭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기금 중 비공개 항목이라고 밝힌 5393억원을 정조준했다. 이에 맞서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지적에 대해 ‘정치공세’로 규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통일부가 구체적인 남북협력기금 비공개 사업 내역에 대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햇볕정책에 따른 대북지원이 핵개발로 돌아왔다는 국민적 분노를 피해가려 했던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통일부는 계속 남북협력기금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사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며 “(비공개로 한다는) 통일부의 행태를 보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 송언석 의원은 “국회에 제출된 통일부 자료를 근거로 계산해보니 남북협력기금 중 65.2%인 7100억원이 비공개 예산으로 요청해 선(先) 집행 후(後) 정산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비공개 예산을 장관이 쌈짓돈으로 쓰게 하는 것을 국민이 용납하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정부가 편성한 남북협력기금 액수가 지금보다 많다”면서 “야당이 지나친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도 “(야당은) 남북협력기금 중 일부 사업은 내역을 밝히지 않고 국회에서 예사심의를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국회에서 심의하지 않느냐”며 “남북교류협력 추진협의회가 (예산을) 쓰기 전 사전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보고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협력기금에서 주로 차지하는 부분의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산림협력”이라며 예산의 편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남북 철도·도로 사업과 관련, 해외에서 상당한 관심을 갖고 북측에 사업을 제안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다른 나라의 자본이 들어와 (사업을) 하면 나중에 남북 간 철도 연결을 할 때 (규격이) 맞지 않아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공개 항목으로 설정한 예산 내역을 공개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는 “비공개 사업으로 편성된 사업들은 앞으로 북측과의 협의를 통해 내용이 정해질 것”이라며 “비공개 원칙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지켜진 원칙”이라고 답했다.
여야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에 대한 시각차도 드러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장우 한국당 의원은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의 본질과 해결책 등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날선 고성을 주고받았다.
이들의 설전은 여야 공방으로 확전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유 부총리의 발언이 공격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안상수 예결위원장에게 주의를 달라고 요청했고 여당 의원들은 “부총리가 죄인인 것처럼 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충실하게 답변을 했다”고 맞섰다.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는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출석,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 실장은 “저를 비롯해 청와대 정책실 직원 모두 비상한 각오로 일하겠다”면서 “경제와 고용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걱정이 많은 시점에 정책실장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말했다.
그는 ‘경제 원톱’ 발언과 관련해선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서 경제 운용과 고용확대 등에 나설 수 있게 잘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선 “원전폐기라기보다 60여년을 거쳐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자는 것이 합당한 표현 아닌가 싶다”며 “큰 취지에서는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비경제부처 부별심사를 마친 후 오는 15일부터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서 예산심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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