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보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북한 내부에 10여곳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가 가동되고 있다는 미국 싱크탱크 보고서에 대해 청와대가 13일 오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해명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2일(현지시간) 조세프 버뮤데즈 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몇개 미사일 기지에서 정비와 사소한 인프라 개선 등의 활동이 관측됐다고 밝혔다.
삭간몰 기지를 포함해 북한 내부에 20여개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신고 미사일 기지 중 적어도 13곳을 확인했으며 이들 기지가 잘 유지·가동되고 있다고 보고서에 적시됐다.
그간 청와대는 외신이나 미국 민간 보고서에 대해 코멘트를 잘 하지 않아왔다. ‘외신이나 민간 보고서에 대해 일일히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라는 게 청와대의 단골 멘트였다.
그랬던 청와대가 이날 보고서가 나온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신속하게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브리퍼로 나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로 출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으로, 출국 직전 춘추관에 들러 직접 해명 브리핑을 진행했다.
청와대가 이렇게 나선 이유는 최근 북미협상 상황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기대됐던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데다 그와 관련이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진척이 되질 않고 있는 상황에서 쌍방에 오해를 빚을 가능성이 있는 ‘작은 불씨’ 하나라도 서둘러 진화해야 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과 관련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상의했다고도 밝혔다. 이 민간보고서가 북한이나 미국 정부를 모두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CSIS에서 낸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에서 나온 것”이라며 “한미 정보 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삿갓몰에 있는 미사일 기지라고 하는 것은 단거리용으로 스커드와 노동,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과는 무관한 기지”라고 밝혔다.
이어 “기사 내용 중에 ‘기만’(great deception)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또한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는 것이 의무조항인 어떤 협상도,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만이라고 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이러한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켜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에 ‘미신고’라는 표현이 나온 것에도 “신고를 해야 할 어떠한 협약도 협상도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고 신고를 받을 주체도 없다”며 “이러한 북한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북미대화를 비롯한 협상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기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시설이나 미사일 프로그램을 없애고 있다는 외교에 대한 기만이라는 것’이라는 지적에 “같은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만을 당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기만의 주체는 북한이 될텐데 북한이 기만할 리가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이나 미사일 기지를 폐쇄한다는 약속을 한 것이 없다. 그걸 기만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