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대외적으로 천명할 ‘혁신적 포용국가’의 근본적인 개념은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어우러진 통합정책의 구현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만으로는 지금까지 고착화 돼 있던 양극화나 불평등, 저성장을 이겨내기가 굉장히 힘들다”면서 “사회경제적으로 고착화 돼 있기 때문에 경제정책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정책은 사회라는 토대 위에 있기 때문에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이 통합돼야 진짜 우리가 바라는 양극화 해소, 불평등 완화, 저성장 극복이 가능한 것”이라며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지난 9월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천명했고,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6일 ‘포용국가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국가비전으로 ‘다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 개념을 제시했다. 빈부·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소득재분배 및 교육안정망 구축, 국민연금제도 개편, 성평등 정책 등 골자로 한 9대 세부 정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1일 2019년도 정부 예산안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가 우리가 가야할 길이며, 우리 정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며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APEC 정상회의 때 대외적으로 천명할 예정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는 복지는 전통적으로 ‘소비적 복지, 시혜적 복지’라는 개념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으로 옮아가고 있다”며 “복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도 있지만 재기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글캠퍼스를 전통적 시각으로 보면 ‘종업원들에게 저렇게까지 복지를 해주느냐. 사람들을 쥐어짜고 몰아쳐야 생산성 향상도 많이 되고 아웃풋도 많이 나오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더 많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혁신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이 성공할 수 있던 배경에 직원들이 탄탄한 복지 위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적인 특징이 있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가에서는 이러한 체제를 단순 경제정책만으로는 구현하기 힘들고 사회정책과 통합해야 하며, 그러한 개념을 내포한 것이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사회정책적으로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지원해주려 하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복지안전망을 충실히 하려는 것”이라며 “그래야 누구나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고, 사회로부터 배제되지 않고 같이 참여할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 안전망을 사회정책적으로 백업을 해줘야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며 “복지 안전망이 없으면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늘어난 소득을 내수활성화를 위해 쓰는 게 아니라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노후 대비용으로 잠궈 버린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개개인의 소득이 아무리 올라가도 시장에 풀리지 않고 저축 등으로 갇혀버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복지 안전망이 갖춰진 사회정책 토대 위에 소득주도 성장이 이뤄지고, 혁신성장이 맞물려 돌아갈 때 정부가 목표한 진정한 의미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경제정책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앞으로는 경제·사회정책을 통합하는, 복지와 혁신을 함께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며 “이를 주도할 사람이 김수현 정책실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사회수석 시절에 사회정책으로써의 포용국가를 준비했고, 이번에 정책실장이 돼서 포용국가라는 완전한 정책틀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전임 정부에서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소득주도 성장을 일시적으로 추진했지만, 단기적 부양 정책으로 돌아섰다”며 “이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프다. 문제의식도 옳았고, 처방도 일부 제시했는데 그것을 지속하지 않고 소위 타협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이러한 의식을 정책화 하고, 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서 구조화 된 양극화나 불평등, 저성장을 극복해야하는 것”이라며 “이런 실패의 교훈을 잘 살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에 일무 문제가 있더라도 단기적인 정책으로 가자는 것은 또 다른 실패를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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