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만수대창작사의 ‘선동적 미술품’, 유럽서 수집 열기… 제재 피해 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9일 03시 00분


美CBS ‘北 불법 외화벌이’ 보도

북한 건축가들이 동원돼 건립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근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사진 출처 미국 CBS 웹사이트
북한 건축가들이 동원돼 건립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근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사진 출처 미국 CBS 웹사이트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국 예술품들을 해외에 판매하고, 노동자들을 해외에 파견해 건축물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불법 외화벌이를 해오고 있다고 미국 CBS방송이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BS는 이날 ‘제재 속에서 생존하는 기술(예술)’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탈리아, 중국 등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북한 만수대창작사 소속 미술가들의 작품이 최소 수백 점 이상 유럽과 중국 등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북한 미술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딜러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비’. 사진 출처 미국 CBS 웹사이트
아프리카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비’. 사진 출처 미국 CBS 웹사이트
유럽 최대 북한 미술품 딜러인 이탈리아의 체치오니 형제는 CBS 인터뷰에서 “유럽 고객들 사이에서 북한 미술품 베스트셀러는 선동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미술 애호가들은 선동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회화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작품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 유럽에서 거래되는 북한 미술품 가격은 포스터 한 장에 200달러 정도에서 고가의 작품들은 수천 달러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치오니 형제는 “미술품을 수집하기 위해 북한을 10회 이상 방문했으며 평양 미술가들도 이탈리아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CBS는 “체치오니 형제는 자신들이 소장하고 있는 북한 미술품들은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시작된 2006년 이전 작품들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며 “그러나 2006년 이후라도 유럽 딜러들이 제재를 피해 북한 미술품을 들여올 방법은 많다”고 밝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페어리 테일 분수’.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건축물을 제작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사진 출처 미국 CBS 웹사이트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페어리 테일 분수’.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건축물을 제작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사진 출처 미국 CBS 웹사이트
만수대창작사는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들렀던 곳으로, 북한의 체제 선전을 위한 작품 제작소 역할을 하고 있다. 1959년 설립됐으며 1000여 명의 북한 내 최고 미술가와 4000여 명의 직원이 김씨 일가 우상화 작품 제작에 동원되고 있다. 2017년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해 만수대창작사와 산하 단체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제재 2371호 시행 이후에도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미술품 수요가 많은 유럽과 중국 등을 대상으로 미술품을 판매해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CBS는 “해외 거래 노하우가 있는 만수대창작사는 수백만 달러의 판매 수입을 북한으로 들여왔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만수대창작사는 미술품 거래뿐만 아니라 북한 조각가와 건축가들을 해외로 보내 현지에서 건축물을 제작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페어리 테일 분수와 캄보디아 유적지 앙코르와트 인근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이 대표적인 북한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해외 건축물 제작도 유엔 제재 대상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해외 고객들은 북한에 건축물 제작 의뢰를 꺼리고 있다. CBS는 “그러나 많은 해외 건축 프로젝트가 북한이 너무도 필요로 하는 외화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양한 불법과 편법을 통해 북한 인력이 동원된 해외 건축물들이 세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해외 건축물 제작의 최대 고객은 아프리카다. 전문가들은 “김씨 일가 동상과 체육관, 경기장 등을 제작한 경험이 풍부한 북한의 건축가와 조각가들은 우상화 조형물 건립을 원하는 아프리카 독재 정권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북한이 2010년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건립한 아프리카 최고 높이인 52m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비’는 제작비로만 2700만 달러(약 305억 원)가 쓰여 “아프리카 빈국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이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북한 불법 외화벌이 보도#선동적 미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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