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말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땐 답방 논의할 남북회담도 이어질듯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변수… 1월 개최 합의땐 답방 미뤄질수도
청와대가 잇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 성사 가능성을 띄우고 있다. 2018년을 한 달여 남겨두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 굵직한 비핵화 이벤트들이 모두 내년으로 미뤄졌지만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선 여전히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김 위원장의 다음 달 서울 방문 여부는 조만간 결정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조만간 김 위원장의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 간 물밑접촉을 통해 김 위원장 연내 답방에 대한 의사를 꾸준히 타진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역시 김 위원장의 12월 서울 방문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원장인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한 준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달 내에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 빠른 시일 내에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다름 아닌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전에) 이행 상황을 서로 점검하기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여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다만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와 시기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라는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두 번째 정상회담 일정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만약 북-미가 1월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오히려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김창선 노동당 서기실장 등 서울 방문을 준비해야 할 핵심 실세들이 모두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직전에 서울에 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이 2월 이후로 늦춰질 경우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은 올라갈 수 있다. 핵·미사일 시설 사찰·검증 강화와 제재완화를 놓고 북-미가 고위급 회담에서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으로 비핵화 모멘텀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9월 평양 방북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흔들리던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되살린 것처럼 김 위원장 답방으로 다시 한번 남북관계를 통한 비핵화 촉진 방안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남북 간 의지가 중요하지 2, 3주의 준비기간만 주어져도 서울 답방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가 일각에선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 외면당한 대북제재 완화론처럼 우리만 김 위원장의 연내 방문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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