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3’ 정상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아세안+3’ 정상 회의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참석하는 다자간 국제 회의로 동남아 10개 국가로 이뤄진 동아시아국가연합과 한중일 3국이 모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주 싱가포르에서는 미국,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도 열렸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 등 아시아 각국 정상들이 참석했습니다.
대부분의 다자간 국제 회의는 진행 방식이 비슷합니다. 양대 일정은 회의와 기념 촬영이죠. 보통 정상들의 기념 촬영만 볼 수 있지만 종종 모두(冒頭) 발언도 공개되죠. 기념 촬영 때는 세계 각국 취재진들의 자리 싸움이 치열한데요. 워낙 취재진 수가 많다 보니 프레스센터에서 출발해 인솔자를 따라 기념 촬영장으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자리 다툼을 해야만 한답니다.
이 때 국력 차이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데요. 백악관을 출입하는 미국 기자들에게는 일종의 특혜가 주어집니다. 대부분 회의 주최 측에서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우선 입장권을 주거든요. 그렇지 않을 때는 미국 대통령 경호실에서 취재진을 대신해 미리 자리를 잡아주기도 합니다.
1박 2일이란 짧은 기간 동안 각국 정상들은 여러 차례 회의, 오찬, 만찬 등을 해야 했습니다. 일부 정상들은 양자 회담까지 소화했죠. 그야말로 단 1분도 쉴 수 없는 빡빡한 일정인데요. 그래서 각국 정상뿐아니라 수행원, 실무자, 취재진 모두 극도의 피로에 시달렸습니다. 올해 10월 APEC 회의와 이번 ‘아세안+3’ 정상 회의의 실무 작업을 맡았던 김은영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국장(48)이 뇌출혈로 쓰러진 것도 과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회의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도 비일비재한데요. 잘 알려진 대로 아세안과 미국의 회의가 길어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조금 기다리게 만들었죠. 문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을 기다리며 잠시 휴식으로 취하는 장면은 다들 많이 보셨죠?
한반도를 둘러싼 험난한 국제 정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이런 회의와 각국 정상들의 회담이 더 많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데요. 회의를 준비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김은영 국장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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