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내년 3, 4월로 예정된 독수리훈련(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의 축소를 언급한 데는 북-미 비핵화 대화 견인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 온 예산 절감의 포석이 동시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장관은 내년 독수리훈련의 범위를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으로 축소할 것이라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군 안팎에선 내용과 형식 면에서 ‘로키’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훈련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크다. 통상 두 달가량 진행되는 독수리훈련이 한 달 안팎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남북 및 북-미 화해 무드가 본격화한 올해 독수리훈련도 한 달가량으로 단축해 실시한 바 있다. 독수리훈련 기간에 이뤄지는 각종 연합훈련(사전배치전단 전개훈련·기뢰전 및 특수전 훈련 등)을 따로 떼어내 별도로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도 있다.
훈련에 참가할 미군 전력(병력·무기 장비)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핵추진 항모와 B-1B 전략폭격기, 스텔스전투기 같은 전략무기는 아예 불참할 개연성이 크다. 평창 겨울올림픽으로 예년보다 한 달 늦게 시작된 올해 독수리훈련에도 전략무기는 참가하지 않았다. 한미 해군과 해병대의 대규모 상륙훈련(쌍용훈련) 등 공세적 훈련도 대폭 축소되거나 유예될 가능성이 있다. 군 관계자는 “괌과 주일미군 기지 등 미 증원전력의 전개를 최소화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훈련계획이 수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수리훈련과 함께 실시되는 키리졸브(KR)의 유예 여부도 관심거리다. KR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전면 남침 등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계획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점검하는 지휘소연습(CPX)이다. 북한은 KR를 ‘북침전쟁 책동’이라고 비난해왔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 KR는 유예하되 전시작전권 전환 검증을 위한 별도의 CPX를 마련하는 쪽으로 한미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연합훈련의 미군 참가 규모와 일정 등은 한미 군 당국 간 논의를 거쳐 12월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국방부는 밝혔다.
일각에선 연합훈련의 축소·연기가 장기화하면 유사시 대응태세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대급 이하 소규모 연합훈련과 한국군 단독훈련은 계속 진행돼 연합대비태세엔 문제가 없다고 군은 주장하지만 전면전 등 국가 위기 시 양국군이 손발을 맞춰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편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IAEA 이사회 회의에서 “(영변에서) 원자로 부품 제작 및 해당 부품의 원자로 이송으로 보이는 활동 등을 (IAEA는) 포착했다”며 “(해당 시설에) 접근하지 않고는 이 같은 활동의 정확한 목적을 파악할 수 없다. 북한이 IAEA와 조속히 협조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손효주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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