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南北 대화 앞두고 北 ‘정중동’…로키? 전략 구상?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25일 11시 20분


비난했던 ‘한미 워킹그룹’ 출범 후 ‘조용’…철도 협력 진전 등 영향
이달 말 北美 대화 이어 12월 김정은 서울 답방 여부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8.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8.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이달 말로 예상되는 북미 고위급 회담과 내달 성사 가능성이 점쳐지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중동’하는 모양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주 내내 대미, 대남 관련 비난조의 보도를 내지 않았다. 선전 매체를 통해 남측에서 나온 뉴스들을 재인용하는 수준의 보도를 낼 뿐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당국의 공식입장’으로 해석될만한 소지의 보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보도 톤이 주목할만한 이유는 지난주 비핵화와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포괄적 논의기구인 ‘한미 워킹그룹’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미가 워킹그룹의 공식 출범과 첫 회의 개최 사실을 밝힌 지난 20일 직전까지만 해도 관련 동향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가했었다.

노동신문은 19일 자 보도까지만 해도 “미국이 북남관계 개선 문제를 놓고 남조선(남한) 당국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우리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며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북과 남의 우리 겨레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라며 대미·대남 비난을 동시에 가했다.

신문은 한미 워킹그룹을 겨냥해 “북과 남의 협의사항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그에 간섭하기 위한 미국의 견제장치”라며 “미국은 남조선 당국에 북남관계 개선의 ‘속도를 조절’하라고 강박하면서 일정에 올라있는 협력사업들을 지연시키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관영 매체는 물론 선전 매체들도 이 같은 논조를 따라 워킹그룹을 명시해 비난전을 펼쳤다.

그러나 실제 워킹그룹이 출범한 뒤 닷새 동안 북한 매체에서 워킹그룹이 언급된 적은 없다. 더불어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미국과 남측을 비난하는 보도도 없었다. 톤이 확연히 바뀐 것이다.

북한 매체들이 일관성 있게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북한 매체의 분위기는 현 상황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 태도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북 간 주요 협력 사업 중 하나였던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의 진전이 생긴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로키(Low Key)’로 대응 전략을 바꾸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이 그간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 이유는 이를 통해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워킹그룹의 첫 조치가 남북 협력 사업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으로 나오자 북한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대응 수위에 변화를 줬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미 워킹그룹의 첫 회의에 이어 지난 24일 철도 공동조사에 대한 유엔의 대북 제재 면제 결정이 이뤄지고, 이번 주 중후반 공동조사 개시 전망이 나오는 등 철도 협력 사업은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비로소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가 “철도와 도로 협력 사업은 북한이 가장 원하는 협력 사업”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이달 말 북미 고위급 회담, 내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점쳐지는 것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북미는 이미 고위급 회담 개최에 대한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한미 워킹그룹의 첫 회의 결과를 통해 북한의 입장에선 북미 대화의 진척에 기대감을 높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내년 초 개최가 예상되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도 진전을 이룰 것으로 보여, 북한의 입장에선 당장 대미 비난 수위를 높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중재자’로서 철도 협력 사업 진전에 역할을 한 남측과의 대화 추동력을 다시 높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된 만큼 대남 선전에 대한 톤 관리도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북한은 이날 대외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북과 남은 그 어떤 조건과 환경에도 구애됨 없이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일관된 실천으로 민족화해와 평화번영의 새 시대를 힘 있게 추동해나가야 한다”라며 “겨레의 지향과 시대의 요구에 맞게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 민족의 화해와 평화번영, 통일의 새 시대를 힘차게 전진시켜나가려는 것은 우리 공화국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며 의지”라고 언급했다.

비록 선전 매체를 통한 보도이긴 하나 비난이나 비판적 언급 없이 정상회담의 합의를 언급하며 대화 의지를 다시 밝힌 셈이다.

연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일단 이 같은 북한의 스탠스가 나쁠 것이 없다. 현재 분위기에서 이달 중 철도 공동조사에 착수하고 내달 초 착공식, 이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사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다만 “북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