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아들 의혹’ 건드린 이재명… 親文 “최소한의 예의도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6일 03시 00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전 ‘친형 강제입원’ 등의 의혹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지사는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이날 오후 11시 17분경 귀가했다. 성남=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전 ‘친형 강제입원’ 등의 의혹에 대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지사는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이날 오후 11시 17분경 귀가했다. 성남=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을 언급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의 본질이 여권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라고 글의 취지를 밝혔지만 정작 여권에선 “이 시점에 준용 씨 사건을 끌어들이는 이유가 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24일 검찰 출석 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제기된) 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적었다. 준용 씨 관련 의혹이 무혐의 처분이 났기 때문에 관련 글을 쓴 트위터 계정 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부인 김 씨도 무혐의라는 논리를 편 것이다.

준용 씨 특혜 의혹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당 등 야당이 제기했지만 사법 당국은 “증거가 조작됐다”고 결론 낸 바 있다. 당시 폭로에 나섰던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은 9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준용 씨는 자신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한 이 전 최고위원,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여권에선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중심으로 이 지사의 ‘준용 씨 끌어들이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략통인 이철희 의원은 통화에서 “이 지사는 억울하더라도 탈당하는 게 맞다. 명예회복 후 다시 돌아와야지, 현재로선 당내 갈등만 증폭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의 한 재선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은 검찰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란 뉘앙스까지 느끼게 한다.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발언”이라며 “지도부도 제명 절차를 밟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또 다른 정치적 계산을 갖고 준용 씨를 언급했다는 시선도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차기 대선 주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이 지사가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시점에 일종의 ‘비문’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출당·탈당을 촉구하는 더민주당원연합’ 소속 당원 수십 명은 2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재명을 감싸면 우리도 적폐”라며 이 지사에 대한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야권은 이 지사의 준용 씨 채용 비리 언급을 ‘이재명의 난’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당과 이 지사를 싸잡아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25일 “아들 문제는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야당의) 이간계가 아니라 (이 지사) 본인의 결별 선언이며 이 지사는 탈당할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윤영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부도덕한 인물을 공천한 것에 1차적인 책임이 있고, 자기 적폐부터 청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야권은 준용 씨 의혹을 끝나지 않은 의혹으로 보고 다시 이슈화할 태세다. 대선 당시 민주당은 야당의 의혹 제기를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1월 “(의원들이 제기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거나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 지사는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13시간 동안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친형 강제입원 의혹’과 6·13지방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11시 17분경 검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청사를 나오면서 “검찰이 답을 정해놓고 수사하지 않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지사에 대한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성남지청은 ‘혜경궁 김씨’ 사건과 관련된 조사도 진행했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G메일 ID와 같은 다음 ID의 마지막 접속 장소가 이 지사 자택이었다는 경찰 수사 내용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집에서 나왔다는 것은 포털의 ID인데 그게 혜경궁 김씨와 무슨 직접적인 관련이 있느냐”고 반박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최우열 / 수원=이경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 아들 의혹#이재명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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