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참사-기강해이에 불만 폭발?… 문재인 대통령, 靑수보회의 3주째 휴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7일 03시 00분


文대통령, 최근 정책 질책 잦아
미세먼지 대책 질타 이후엔 장관-비서관들 보고 몸 사려
음주운전-만취폭행 잇따르자 임종석, 靑직원에 군기잡기 메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과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3주 연속 열지 않았다. 잇따른 부실 보고와 사건 사고로 청와대 기강해이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문 대통령의 불만이 폭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월요일인 26일 오후 주재해 온 수보회의를 건너뛰고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을 접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2, 19일도 수보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 해외 순방 기간도 아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수보회의 불참에 대해 “27일부터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집권 후 수보회의를 3주 연속 열지 않은 건 처음. 그만큼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얘기가 많다. 한 관계자는 “요즘 청와대 회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예전 같으면 수석실들이 서로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보고 일정이 잡혀도 ‘준비가 덜 됐다’고 미루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수보회의에서 기후환경비서관실이 ‘미세먼지 대책’을 보고하자 문 대통령이 “지난해와 뭐가 달라졌느냐”고 질책한 게 대표적이다.

수보회의는 ‘소통’을 강조한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공들인 회의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5월 25일 첫 수보회의를 주재하며 ‘받아쓰기’, ‘계급장(직급)’, ‘사전 결론’이 없는 3무(無) 회의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덩달아 장관들의 보고도 뜸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요즘 ‘청와대 보고에 들어가면 깨진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장관들이 몸을 사린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호처 직원의 민간인 취중 폭행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김종천 전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까지 청와대 직원들의 사건 사고까지 겹친 것.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날 청와대 기강 잡기에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임 실장은 이날 청와대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우리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라며 “관성이 이끄는 대로 가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이다.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하라”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또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들 아실 것”이라며 “대통령께 면목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은 “우리는 대통령을 모시는 비서다. 더 나아가서 국민을 섬기는 공복(公僕)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수보회의 3주째 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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