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27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와 관련해 “초연결사회의 초공포를 예고하며 IT강국 대한민국의 맨얼굴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KT 통신망 장애는 사흘이 지나서야 응급복구를 마쳤지만 완전복구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인근 지역주민 등 약 50만명의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망가뜨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송역 KTX 단전 사고도 언급하며 “KTX가 4시간36분 동안 멈췄으나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고, 열차 수십 편이 지연돼 5만3000여명이 피해를 봤지만 승차권은 그대로 팔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사고는 우리가 성취한 기술이 얼마나 불균형하게 성장했는가를 적나라하게 증명했다”며 “기술의 외형은 발전시켰으나 운영의 내면은 갖추지 못한 우리의 실상을 노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KTX가 멈춰서거나 통신망에 고장이 났는데 그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지 놀랍게도 준비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 어쩌면 더 큰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 총리는 사고복구와 사후수습, 원인규명과 책임자 문책, 재발방지책을 철저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철도, 통신, 전력, 가스 등 사회기반시설에서 앞으로도 발생할 각종 비상상황의 관리매뉴얼을 재정리하고, 그동안 인력배치와 시설·장비 운용에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해 보완하라”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어 “KTX가 시속 300㎞로 달리고, 내년 봄이면 5G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한다고 자랑하지만, 그 내실은 어떤지 냉철하게 인정하고 확실히 보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가계빚 규모가 1500조원을 돌파한 것과 관련, 이 총리는 “정부의 적극적 관리로 부채 증가속도는 줄었으나, 가계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계부채의 규모와 증가속도를 함께 관리하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서민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는 일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돈 많은 사람이 싼 이자를 내고, 가난한 사람이 비싼 이자를 무는 것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가장 정의롭지 못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2금융권 채무자 가운데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제1금융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서민금융도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서민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27개나 된다지만, 정작 도움이 절실한 사람이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 44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등을 활용해 서민금융 상품을 안내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까지 연계되도록 해 달라”며 “한계상황에 내몰린 가계는 미등록 대부업체 같은 불법사금융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거나 과도한 채권추심을 하는 불법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디지털 성범죄 특별단속 결과를 거론하며 불법영상물 차단 및 수익 환수와 관련한 법적 규정 정비를 강조했다.
그는 “웹하드 업체가 불법영상물 헤비 업로더, 불법콘텐츠 필터링 업체 등과 유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소위 웹하드 카르텔 의혹이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며 “경찰은 100일 간의 특별단속을 통해 국내 최대 웹하드 운영자를 구속하는 등 웹하드 운영자 47명, 헤비업로더 34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온라인 불법영상물 척결에 나섰지만, 범죄수법의 지능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음란물 단속은 방송통신위원회·경찰청, 인터넷업체 관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같이, 부처가 나뉘어져 있어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불법영상물을 더 잘 차단하도록 현행 규제체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한편, 불법행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전액 환수하고 제재를 강화하도록 관련 법령을 신속히 정비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의 호소문과 관련해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비상한 각오로 체육계를 쇄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여자 컬링 대표팀은 대한체육회 컬링 감독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았던 컬링선수들의 폭로로 컬링은 물론 체육계의 뿌리 깊은 문제들을 척결하라는 요구가 다시 분출하게 됐다”며 “컬링 선수들의 문제제기는 처음이 아니며, 평창올림픽 이전부터 선수들은 지도자의 잘못을 하소연했지만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부는 이를 시정하지 않았거나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컬링 뿐만이 아니라 체육계 내부의 오랜 문제를 고치지 않고는 한국 체육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감히 진단한다”며 “몇 사람의 지도자나 특정 인맥이 선수 양성과 선발 등을 좌지우지하는 체육계의 적폐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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