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 원안대로 각의 의결… 野-재계 “기업 옥죄는 독소조항 그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8일 03시 00분


검찰 독자적 담합 수사 길 열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불확실성 커져 기업활동 위축”
한국당 반대… 국회 통과 불투명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야당과 재계의 거센 반발에도 원안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공정 경쟁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업과 야당은 정부안이 ‘기업 옥죄기’라며 비판하고 있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27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올해 3월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를 꾸린 뒤 특위안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만든 정부안을 올 8월에 입법 예고했다. 정부안은 중대한 담합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을 뼈대로 한다.

정부는 입법 예고 기간에 재계, 시민단체, 각 부처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원안에서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법 개정 전에 이뤄진 담합이더라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즉시 검찰이 단독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등 기업을 더 압박할 수 있는 내용 정도가 일부 달라진 점이다.

국무회의 의결로 공정거래법 개정의 첫발을 뗀 셈이지만 법제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보수 성향이 강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개정안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정부의 요구에 “한마디로 기업에 더욱 강한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올 9월 개정안 국회 통과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렇지 않아도 성장동력이 떨어져 있는 판에 기업을 너무 옥죄게 될까 싶다”며 우려했다.

재계도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셈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비상장 20%)에서 20%로 강화한 데 대해 정당한 내부거래마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규제 때문에 지분을 추가 매각해야 하는 경우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애로를 토로하기도 한다.

그동안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던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는 것에는 과도한 형사 처벌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속고발권 개편, 정보교환 행위의 담합 추정, 내부거래 규제 대상 확대 조치에 대해 “기업의 불확실성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내부거래가 죄악시되는데 편법적 경영권 승계 및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목적이 아니라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김지현 기자
#공정거래법#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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