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前국방 안보위험 지적
“비행정찰 중단 등 자해행위… 정부, 전문가 의견 귀 기울여야”
“북한의 비핵화는 진전이 없는데 우리의 안보 태세와 동맹 역량이 허물어지는 사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83·육사 14기·사진)은 28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현 안보 상황은 불안하기 짝이 없고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남북 군사합의는 곳곳에 문제가 많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최근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이 주관한 남북 군사합의 대토론회를 주도했다.
그는 “남북 군사합의는 우리 군의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장사정포 위협은 그대로 두고서 군사분계선(MDL) 인근 비행정찰을 중단하고 향후 훈련과 무력증강 문제도 북한과 논의한다는 조항 등은 ‘자해 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군사전략적 가치를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면 또 다른 도발의 빌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전 장관은 “앞으로 비행정찰 금지구역이 서해 NLL과 한강 하구까지 확대되면 유사시 북한 특수부대가 탄 공기부양정이 한강을 따라 서울까지 손쉽게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휴전 이후 남북 간 모든 군사 충돌은 북한의 기습도발 때문인데 군사합의서엔 ‘우발적 충돌 방지’를 적시해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위장평화 공세’와 정부의 안이한 인식으로 우리 사회의 안보의식에 금이 가고 있다고도 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좌파 진보단체가 김정은을 칭송하고 연호하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인데도 관계 당국이 수수방관하는 게 그 증거”라고 말했다. 또 미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 전시작전통제권의 성급한 전환 추진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안보 국익을 훼손하는 패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대남 적화전략 포기를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가 관련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예비역 전문가들의 충정 어린 조언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에는 전직 국방장관·육해공군 참모총장·해병대사령관 등 410여 명의 예비역 장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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