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희생자’ 어머니들 만난 文대통령 “진상규명 그만 요구없나요”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7시 10분


아르헨티나 ‘5월 광장 어머니회’ 만나 위로
국립역사기념공원 방문해 군부독재 시절 희생자 추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9일 오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9일 오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청와대 제공)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오후(현지시간)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국립역사기념공원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1976-1983년간)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시 북쪽 라플라타 강변에 조성됐다. 당시 희생자는 약 3만명으로 추산된다.

아르헨티나는 1955년부터 83년까지 모두 8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그 중에서도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비델라 정권의 통치는 통칭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이라고 불릴 정도로 잔혹하고 억압적이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헌화 후 아르헨티나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나 이들을 위로하는 한편, 이들이 군부독재 인권 탄압에 항거하고 민주화 이후에도 참혹한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실종자와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가 적힌 4개의 벽을 따라 400m 도보로 이동하며 호크바움 국립역사기념공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가해자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가해자들을 처벌합니까?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합니까?”라고 물었고, 호크바움 공원장은 “지금도 가해자들을 색출하고 처벌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2400명의 가해자들을 처벌했고 1200명이 구속됐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이 다시 “혹시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습니까?”라고 묻자, 호크바움 공원장은 “아직도 시민사회는 정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부는 인권유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도 과거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군부독재 하에서 기본적인 인권이 유린되는 불행한 경험을 했으며, 특히 1970-80년대 군부독재를 딛고 성숙한 민주화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과 이 분들의 어머니와 가족들이 대의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다고 소개했다.

설립 41주년을 맞는 아르헨티나의 ‘5월 광장 어머니회’는 군부독재 시기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이 세운 단체로, 41년간 매주 목요일마다 항의 집회를 통해 군사정권의 만행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왔으며, 민주화 후에도 과거사 바로 세우기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1994년 6월 한국 민주화가족운동실천협의회(민가협)와 재야단체 초청으로 회원 일부가 방한, 5월 광장 어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2015년 6월 광주에서 개최됐다.

문 대통령은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께 민가협 어머니들이 준비해 주신 선물과 직접 준비한 ‘나비 브로치’를 선물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나비는 ‘희망’과 ‘행복’을 상징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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