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새 청장 바뀌더라도 수사 진행될 것”
사령탑 빈자리 수사과정에서 큰 변수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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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권 독립’의 상징으로 불리는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갔다.
황 청장은 지난해 7월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취임한 이후 ‘고래고기 환부사건’과 맞물려 임기 내내 검찰과 각을 세웠다.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2016년 4월 멸종위기종인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한 피고인 신분인 유통업자에게 검찰이 21톤(시가 30억원 상당)을 환부 조치한 것에 대해 위법성이 있는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다.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내정돼 이임을 하루 앞둔 29일 황 청장은 “검찰 권력에 가로막힌 ‘고래고기 환부사건’ 등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며 “새 청장으로 바뀌더라도 수사가 이유 없이 무산되거나 하는 변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검찰이 수사를 무력화 한 것”이라며 “검찰 비협조가 수사 난항에 영향이 컸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지휘 부장검사와 해외 출장을 간 담당 검사 조사 없이는 어렵다보니 수사가 늦어졌다”며 “조사 여부를 떠나 소환 요청 후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고래고기 환부를 결정한 담당 검사와 지휘선상에 있던 부장 검사 등이 경찰의 서면질의조차 응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사건 실체를 규명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해 왔었다.
피고인 신분인 유통업자에게 고래고기를 환부 조치한 담당 검사는 현재 해외연수(출장) 중으로 다음달 국내 복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울산광역수사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복귀 일정은 알 수 없으나 담당 검사가 국내로 돌아오는 즉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11일 울산수협 방어진 냉동창고에서 각 상자마다 시료를 채취해 DNA 샘플 조사 후 1톤 분량의 고래고기 39상자를 환부 조치했다.
냉동창고에 보관된 고래고기는 환부사건이 있던 2016년 당시 유통업자들이 실형 등을 받고도 불법 유통을 했다가 재압수된 것이다.
이날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과거 환부 조치된 고래고기는 DNA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이번 환부조치는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경찰 입회 없이 검찰 단독 지휘로 환부 조치된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비치면서 검경갈등 상황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지난해 5월 울산지검은 압수한 27톤 중 21톤을 불법포획된 증거가 없다며 피의자들에게 돌려주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수사를 담당한 경찰이 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돌려주면 안 된다고 강력 반발했지만 검찰은 이를 묵살했다.
결국 고래고기 21톤이 업자들의 손에 다시 넘어가 시중에 유통된 것이다.
황 청장은 지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고래고기 환부의 중심적 역할을 한 전관출신 변호사와 환부 검사의 유착관계를 의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금융계좌, 휴대전화 압수영장이 모두 검찰에서 기각되기 때문에 도저히 수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경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에도 불구하고 매번 검찰이 영장기각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황 청장의 빈 자리는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서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사 동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거나, 수사 속도에 탄력을 내는 것은 앞으로 새 지휘부의 의지에 달려있다.
한편 황 청장이 떠난 자리에는 박건찬(52) 중앙경찰학교장이 내정됐다.
경북 김천 출신인 박건찬 신임 울산청장은 경찰대 4기로 서울종로서장, 대통령경호실 경찰관리관을 역임한 뒤 2017년 치안감 승진후 경찰청 경비국장 및 경기남부지방청 차장을 거쳐 중앙경찰학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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