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부패특별비서관 특별감찰반 10명을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교체한 배경에는 검찰 출신 김모 수사관을 감찰하며 확보한 휴대전화 분석 내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지난달 초 서울 서대문구의 경찰청 특수수사과 사무실을 찾아가 “국토교통부 관련 사건의 진행 상황을 알려 달라”고 했다. 특수수사과 측은 “한 건은 검찰에 송치했고 다른 한 건은 수사 중이다. 수사 중인 사건은 내용을 알려주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송치된 사건은 김 수사관이 첩보를 직접 생산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수사 중인 사건은 김 수사관의 지인인 건설사 대표 A 씨가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였다.
김 수사관이 5분 이내로 잠깐 머물다가 사무실을 떠난 뒤 경찰은 김 수사관의 신분을 청와대에 확인했다. 김 수사관이 경찰에 먼저 청와대 신분증을 제시하며 특감반원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청와대 자체 감찰을 담당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김 수사관이 지인이 입건된 수사 진행 상황을 수사기관까지 찾아가 확인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초기 김 수사관은 A 씨와의 친분을 극구 부인하며 휴대전화를 자진해서 제출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다가 그가 평일 낮에 골프를 치러 다니고 접대를 받은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반원은 공적인 업무라면 근무시간에 골프를 칠 수도 있지만 김 수사관은 사적으로 골프를 쳤다는 단서가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가 휴대전화 속 단서를 토대로 추궁하자 김 수사관은 “나 말고도 다른 특감반원 3, 4명이 골프를 치고 접대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함께 골프를 쳤다는 여러 동료의 실명까지 거론했다고 한다. 특감반장, 검찰 수사관 5명과 경찰 4명 등 10명을 조사한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지목한 일부 특감반원에게서도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고 접대를 받은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6급 공무원인 김 수사관은 올해 7월 자신이 감찰을 담당했던 피감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실 5급 사무관 자리에 지원했다가 한 달 뒤 지원을 포기했다. 청와대는 “채용에 지원한 사실을 민정수석실에서 인지하고, 논란의 소지 있음을 지적해 지원을 포기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감반의 기강 해이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여권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특감반원의 비위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민정수석실이 초기부터 제대로 대응했다면 이런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안일하게 대응해 대형 악재로 키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특감반원 전원을 원대 복귀시킨 데 이어 30일에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자체 작성한 3장 안팎의 보고서를 검찰에 보냈다. 검찰의 자체 감찰을 통해 A 씨가 김 수사관의 골프 비용을 부담했는지 등 의혹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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