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0일 “미국은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를 앞서가면 미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2019 동북아국제안보환경과 남북한관계전망’을 주제로 열린 아태정책연구원의 학술회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북미관계가 어려울 때 남북관계가 앞서나가면서 한국이 북한을 설득하고, 북미 교착을 풀 수 있는 게 아니냐. 지난 평양정상회담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냐’는 입장을 취하면서 미국에 남북관계를 밀어달라고 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미국의 불만)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트랙이 삐걱거려도 다른 트랙이 활성화된다면 남북, 북미, 한미 간 논의의 선순환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며 “무조건 모든 트랙을 하나로 일치시켜야 한다는 고집은 하나의 트랙이 무너질 때 모든 트랙을 무너뜨리는, 출구 없는 동반 파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아울러 “북한의 항복을 요구하는 듯한 일방주의적 태도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비핵화에 따른 미국의 단계·동시적 상응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북측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불가역적인 단계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 역시 그에 상응하는 제재완화 조치를 취하는 게 순리”라며 “이러한 주고받기가 눈앞에서 이뤄질 때라야 북한 지도자도 군부와 주민을 더욱 효과적으로 설득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선(先) 핵사찰, 후(後) 종전선언’ 요구와 관련해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미 60~65개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만일 평양이 실제로 생산한 숫자가 이보다 적다면 미국 측은 북측의 ‘고백’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고, 신고·검증이라는 절차로 인해 오히려 불신이 커져 협상의 판이 깨질 공산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문 특보는 이같은 북미 비핵화 교착국면의 돌파구는 또 한 번의 정상외교를 통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결단과 문재인 대통령의 설득에 2019년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이는 김정은-트럼프 2차 정상회담에 청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도 미국의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이 적어 비핵화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한 참석자의 지적과 관련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에 더해 파격적인 선제조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고, 미국도 그걸 원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래서 실무회담이나 고위급회담으로 큰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것 같고, 정상 수준의 파격적인 딜을 희망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간표를 봐서는 연내에 오기는 상당히 타이트하다”며 “만약 어려워지면 내년에 와도 문제가 없는 거 아니냐. 특히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후에 김 위원장이 오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도 말했지만 너무 시간에 집착할 필요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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