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이 끝나는 것을 보고 단식을 풀든지, 협상이 안 되면 나는 가는 거지….”(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10일 오전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이날로 5일째 단식 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찾았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자”며 단식 농성을 풀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두 야당 대표는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지를 밝히기 전까지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며 거부했다.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인 평화당 정동영 대표도 이날 라디오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이 열 글자만 민주당이 합의해주면 된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야3당의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 개정과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위해 이달 중에 임시국회 소집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임시국회가 열려도 평화당과 정의당이 도와주지 않으면 의결 정족수 확보가 힘든 상황이다.
예산 정국을 거치며 민주당과 평화당·정의당 사이에는 깊은 감정의 골이 패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이 기득권 세력으로 전락해 한국당과 기득권 동맹을 맺은 마당에 조건 없는 협치는 불가능하다. 협치 종료를 정식으로 선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야3당이 요구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수용하기도 어렵다. 민주당은 야3당이 요구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 정수가 늘어나는 데 국민 반발이 크다며 부정적이다. 게다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야3당과 달리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단식 농성장을 찾아 “정개특위를 활발하게 가동시켜 논의하겠다”면서도 “(11일자로 원내대표 임기가 끝나는) 제 행동이 월권으로 비칠까 봐 걱정된다”며 다음 원내지도부로 선거제 개편에 대한 바통을 넘겼다. 정치권에서는 12월 임시국회 개회 문제 등을 논의하려면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만나야 하는 만큼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11일)이 끝나고 이르면 12일부터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손학규 대표는 단식 농성장인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 대표는 “취임 100일 동안 공중분해 위기에 처해 있던 당의 체계를 정비한 것은 큰 성과”라면서도 “아직 분열의 씨앗이 남아있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정체성 때문에 여러분이 고심하고 (있고), 일부 의원의 탈당 가능성도 언론에서 나온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통합해 하나가 됐는데 뿌리가 워낙 다르다. 개혁 보수와 미래형 진보가 하나가 되다 보니 정체성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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