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 제안, “교착국면 끝내 비핵화 촉진 가능”
北비핵화 없이 성급한 보상 우려, “美 오해-남남갈등 키워” 비판도
북-미가 내년 초 종전선언을 건너뛰고 아예 평화협정 체결로 직행할 수 있도록 한국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이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놓고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진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하자는 구상을 놓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13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2019년 한반도 정세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 선행 없이 2019년 초반 평화협정 협상 직행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종전선언에 초점을 맞출 때 평화협정 협상이 지체되는 단점도 생길 수 있다”면서 “최근 북-미 실무협상이 부진한 상황에서, 남북미 정상 간 신뢰를 활용한 톱다운 방식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도 간담회에서 “교착 국면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비핵화의 속도를 어떻게 압축적으로 전개하느냐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며 “종전선언 논의를 뛰어넘어서 평화협정 개시 시점을 조금 앞당기는 게 비핵화를 촉진하는 일종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고 위험한 구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북-미가 거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완료에 대한 보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앞당기자는 것은 지나치게 북한 쪽으로 편향된 구상이라는 것.
통일연구원이 전날 내놓은 평화협정 초안을 놓고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초안에는 2020년 초까지 약 50% 수준의 북한 비핵화가 진척되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후 90일 안에 유엔사 해체, 비핵화가 완료되는 2020년 이내 주한미군의 단계적 감축에 관한 협의에 착수하자는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뒤 “평화협정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는 최종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유엔사 지위나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대해선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이라고 밝힌 것과도 배치되는 내용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한미 불협화음 논란에 대해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한 가운데 정부의 통일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국책연구기관이 주한미군 감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과격한 제안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불필요한 오해와 남남 갈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를 한번 시작해보자는 취지에서 초안을 발표했던 것”이라며 “최종 보고서는 내년 1분기에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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