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1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러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 들어섰다. 대상자인 16명의 명단과, 각각 100자 남짓한 짧은 인선 배경을 낭독하는 데만 10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 인사여서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인사 대상자) 숫자가 곧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규모 차관급 인사를 통해 공직 사회의 쇄신을 꾀하면서, ‘경제 활력’이라는 집권 3년 차 국정 목표를 재천명한 것이다.
○ “역동적으로 움직여 성과 내라”는 의미
당초 청와대는 검증이 끝날 때마다 소규모 차관급 인사를 발표하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식 취임한 뒤 일괄 발표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에서 자리를 옮긴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의 경우 이달 초 인사가 이미 확정됐었고, 다른 대상자들도 12일을 전후로 이미 내정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날 인사는 계획된 ‘전격 발표’였던 것. 청와대 관계자는 “공직 사회에 ‘이제는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는 충격 요법”이라고 말했다.
올해 각종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사를 통해 경제 활력 불어넣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도 있다. 또 기재부 두 차관을 바꾼 것은 문 대통령이 ‘경제 원 톱’으로 꼽는 홍 부총리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다. 이호승 1차관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해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혁신성장 등 경제 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가 있다. 구윤철 2차관은 3년 2개월간 예산 업무에 종사하며 문재인 정부의 두 차례 예산안을 모두 총괄했다.
이어질 청와대 인선도 ‘성과’가 중요한 코드가 될 듯하다. 이 차관이 맡았던 대통령일자리기획비서관으로는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자동차산업 전문가인 이 위원을 통해 자동차산업 부품 지원 대책 등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해 자동차 분야의 위기를 타개하고 관련 일자리를 양산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인사 대상자 16명의 출신 지역은 호남(5명), 서울·경기·인천(5명), 충청(4명), 영남(2명) 순이다. 이 차관, 황서종 인사혁신처장, 정무경 조달청장은 모두 광주 동신고를 졸업했다. 비(非)고시 출신은 문 차관, 정문호 소방청장,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3명이다.
○ 인사 쇄신으로 지지율 반등 노리는 靑
청와대는 이번 인사를 통해 공직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그 성과가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날 45%까지 떨어져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의 이유로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43%)이 2위인 ‘대북 관계·친북 성향’(20%)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민생 경제는 심리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공직 사회의 인적 쇄신으로 경제 살리기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국민에게 다시 한 번 알린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 靑 개편도 앞당겨질까
8월 개각과 이번 차관 인사를 통해 내각 정비는 사실상 끝났다. 김 대변인은 “(차관) 인사는 거의 다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청와대 개편의 폭과 시기로 옮겨가고 있다.
당장 이번 인사로 과학기술보좌관, 일자리기획비서관, 경제정책비서관이 공석이 됐다. 계속 비어 있는 의전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까지 포함하면 총 5자리를 채워야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석인 비서관 자리를 채우는 인사는 검증이 완료되는 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비서관에는 방기선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이 거론된다.
여기에 지난해 5월부터 계속 근무하고 있는 장수 참모들을 순차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청와대는 “수석비서관급 이상 인사는 아직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반면 한 여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결심하면 언제라도 청와대 인선과 개편을 단행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후보군 물색에 착수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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