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비공개 전군 지휘관회의서 기사 PT화면에 ‘FAKE’ 써놓기도
참석자 “오해 살 여지… 도 넘었다”
국방부가 이달 초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비판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 보도를 ‘가짜(FAKE) 뉴스’로 규정하고, 이에 흔들리거나 휘둘리지 말 것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이 남북 군사합의의 부정적 여론에 대한 내부 단속 차원을 넘어 언론 불신을 조장하는 데 앞장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9·19 군사합의에 대한 언론 보도의 분석 및 평가 브리핑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대북 군사협상에 관여하는 한 당국자는 사전에 준비한 프레젠테이션(PT) 자료를 대형 화면에 띄워놓고 군사합의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PT 내용 중에는 군사합의를 비판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들을 한 화면에 모자이크 형태로 모아서 편집한 뒤 한가운데에 ‘FAKE(가짜)’라고 쓰인 커다란 빨간 낙인을 찍은 장면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이런 ‘가짜뉴스’들이 9·19 군사합의 관련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혼란시키는 사례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보도에 우리 군과 지휘관들이 휘둘리거나 흔들려선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식통은 “군사합의에 대한 비판이나 부정적 보도에 ‘주홍글씨’라는 낙인을 찍은 뒤 지휘관들에게 믿지 말라는 얘기였다”고 전했다. 일부 정치권과 예비역 장성들이 남북 군사합의를 ‘무장해제’라고 비판하는 등 군 안팎의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군 당국이 예하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내부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다.
군 내에선 도가 지나쳤다는 반응이 많다. 국방부가 일선 지휘관들을 모아놓고 언론 불신을 부추기고, 취재 보도의 자유를 경시하는 행태를 보인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군사합의 관련 보도 내용의 ‘팩트’가 틀리거나 내용이 왜곡됐으면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 대응하면 될 일인데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가짜뉴스’라고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은 군이 오해를 살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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