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당근’ 가져온 美 비건, 깜깜이 행보…왜?

  • 뉴스1
  • 입력 2018년 12월 20일 18시 53분


비건, 전격 판문점 방문…올해 5차례 방한중 처음
美가 비공개 요청…韓정부 인사는 동행 안해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2018.12 19/뉴스1 © News1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2018.12 19/뉴스1 © News1
북미간 교착 상황에서 방한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일 ‘깜깜이’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대북 인도적 지원 재제 면제 카드를 꺼내며 북한에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과 맞물려 방한 계기 대북 접촉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날 입국한 비건 대표는 방한 이틀째인 이날 오전 전격 판문점을 방문해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1시까지 약 3시간 가량 머물렀다.

당초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간 협의를 실시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돌연 판문점으로 향한 것이다. 앞서 전날 외교부가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간 양자 협의 시간을 이례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를 고려한 조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의 이번 판문점 방문은 미측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우리 정부측 인사는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날 9·19 남북 군사합의 이행에 따른 긴장 완화 상황을 시찰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무장화가 진행중인 공동경비구역(JSA)를 둘러봤으며, 북측과 접촉 계획은 애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진전을 멈춘 가운데 완전한 JSA 비무장화를 의미하는 남북간 합동근무나 자유왕래는 여전히 요원한 현 시점에서 국방부도 아닌 미 국무부 인사가 굳이 판문점 시찰에 나선 것은 다소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9·19 합의에 따라 지난 10월부터 JSA 비무장화를 위한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가 가동돼 GP(감시초소) 시범철수·파괴 등의 조치가 이뤄졌긴 하지만, 합동근무 방식과 원칙에 대한 협의는 사실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 시점에서 대북 접촉 관련 전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가 판문점을 갔다면 북한과 접촉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북미간 실무협상의 개념은 아니며, 본격적으로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사전 접촉’ 혹은 ‘의중 파악’의 차원으로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비건 대표는 판문점 방문 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호텔 앞에서 뉴스1과 만났으나, 북측과 접촉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비건 대표가 이번 방한 일정에서 판문점을 방문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지난 4차례 방한이 모두 2박3일 일정이었던 데 반해 이번 방한은 하루가 더 긴 3박4일이고, 현재 판문점 관광이 중단된 상태기 때문이다.

그는 방한 사흘째인 21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이 본부장과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를 실시하고, 오후 2시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다만 이후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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