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노사의견 ‘팽팽’…오후 법안의결 시도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21일 14시 45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1일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의 12월 임시국회 처리를 앞두고 관련 논의를 위해 공청회를 열었으나 노사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노조 측은 “더 이상 죽음이 반복될 수 없다”며 산안법 개정안의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를 촉구한 반면, 사측은 실효성 의문과 함께 “자의적 처벌 남발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법안의 신중한 처리를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산안법 처리 난항의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린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진정한 사과 없이는 어떤 법안도 논의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노사 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보호대상 확대와 작업중지권 확대, 유해위험작업의 도급제한, 원청의 책임강화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산안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고용노동소위는 지난 19일 산안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다만 오는 27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이날 공청회를 개최하고, 같은 날 오후 법안을 의결하기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고용노동소위원장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이번 공청회는) 법률 내용의 적절성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서 법안을 내실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좋은 토대가 되도록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조 측 진술인 대표로 나선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종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부분적으로만 해소돼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구의역 김군 사망 때도 (사고 현장이) 도급금지 장소에 해당하지 않아 원청이 책임질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님도 마찬가지다. 산안법상 (도급금지) 장소가 아니어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노동자들이 이 문제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산안법 개정안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호대상 확대에 대해서는 “개정안에는 배달 노동자와 프랜차이즈 노동자 등이 포함돼 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우선 제한된 범위라도 위험한 분야에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청의 책임강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원청에 대한 미약한 처벌로는 계속 증가하는 하청의 산업재해 사망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이번에 반드시 관련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실장은 특히 “작업 중지권이야말로 중대재해 발생 시 최소한의 조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만이라도 작업을 중지하고 방지대책을 세운 후 공장을 가동해야 재발이 방지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측은 이러한 노조 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산안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사측 진술인 대표인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제도가 마련된다면 이를 적극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개정안은 입법예고 전 의견 수렴이 없었고, 내용적으로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라며 “원청의 책임강화 등 규정 자체가 불명확해 자의적 처벌 남발과 고용악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임 본부장은 특히 하도급 금지 규정과 관련 “도급계약 금지 자체는 기업 간 자율계약 체결을 억압하는 것으로 과잉금지 위배 가능성이 크다”며 “외국에서도 도급을 원천 금지하는 입법은 없다”고 확인했다.

그는 작업중지권 확대에 대해서도 “외국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장 전체에 대해 작업중지를 내리는 사례가 전무하다”며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작업중지 명령 남발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사망사고 발생 시 원청 사업자에 대한 처벌을 10년 이하 징역으로 한 데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고, 외국에 비해서도 과도한 수준”이라며 “처벌 수준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노사 관계자 진술 직후 비공개로 진행된 공청회는 여야 3당에서 각각 추천한 전문가들로부터 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뒤 소속 의원들의 질의응답으로 마무리됐다. 환노위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소위를 다시 열고 공청회 의견을 바탕으로 법안 의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임이자 위원장은 공청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사 관계자는 물론 여야 각 당에서 추천한 전문가들의 진술 내용도 아주 팽팽했다”며 “고용노동소위 간사들끼리 모여 쟁점과 관련된 부분을 좀 더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야당이 산안법 통과를 안 시켜서 이런 사고가 났다고 말한 여당의 우원식 전 원내대표 말씀은 어패가 있다”며 “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3시 반에 회의를 다시 해서 쟁점 사항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공청회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전날 우 전 원내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산안법을) 탄력근로제 확대와 연계하다보니 산안법 논의가 안 되고 있다’며 또 야당 탓을 했다”고 일갈했다.

이어 “오늘 공청회가 예정됐기 때문에 귀중한 시간을 내서 오신 진술인들의 진술까지 거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공청회가 끝날 때까지 우 전 대표가 와서 사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무책임한 여당과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임 위원장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때문에 (법안 처리가) 안 되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법안 처리가 안 된) 단초를 제공한 게 민주당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저는 이 법이 오는 27일에 꼭 통과되길 희망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우 전 원내대표가 반드시 와서 꼭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법은 또 표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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