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6일 정상 간 합의 이행 차원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을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개최했다. 대북제재 저촉 논란 등으로 다소 지연된 측면은 있지만 연내에 개최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며 협력 의지를 분명히 한 만큼 실제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 주목된다.
남북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북측 판문역에서 착공식 공식행사를 진행했다. 남측에서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착공식을 진행하기 위해 많은 사전 논의가 필요했다. 정부는 북측과 일정 등을 조율하는 동시에 미국 측과 대북제재 면제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했다. 착공식에 필요한 금속류 물자 등의 반출과 열차 통행을 위해서는 미국, 그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철도·도로 공동조사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진행된 철도 경의선·동해선 북측 구간 공동조사 역시 이 문제를 논의하는데 시간이 걸리면서 당초 계획보다 1달가량 늦게 시작된 것이었다. 공동조사의 경우 유류 반출 문제도 관계국의 핵심 우려 사항 중 하나였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이러한 우려를 염두에 두며 이번 착공식이 실제 공사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회가 될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조하고 있다. 착공이 아니라 ‘착수’를 의미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무리 빨라도 1~2년 내 당장 공사를 시작하기 어려울 거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착공식 참석을 위해 탑승한 특별열차에서 취재진에게 “(착공식 이후에) 실태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며 “실제 공사 전까지 할 게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특히 “설계만 해도 1~2년이 걸린다”며 “설계 같은 것부터 먼저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이 1차례 공동조사를 진행했지만 그 결과 분석에 따라 필요한 구간에 대한 추가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한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로드맵이 완성돼야 한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향후 남북 간 협의 과정에서 북측의 희망사항과 남측의 필요성 등을 조율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남측의 사업 의지를 확인한 만큼 무조건 속도를 내려고 하기보다 최대한 내부 선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거로 예상된다.
북한은 오는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이한다. 북한은 정주년(0 또는 5로 꺾어지는 해)에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벌여왔다. 지난 2015년에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열병식)를 했다. 여기에다가 2020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의 마지막해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2020년에 경제성과를 내부적으로 과시해야만 하는 만큼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실제 공사의 첫 삽을 뜨는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카드가 될 거라는 분석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도 임기 후반으로 넘어가기 전에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의 첫 삽을 뜨게 되면 국내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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