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26일 ‘카풀’ 등 공유경제 신산업과 관련한 사회 갈등에 대해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고 하니 해결이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와 국회, 특히 여당이 ‘표’를 의식해 제도 개선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송년 인터뷰에서 “(카풀 찬반 논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극한대립의 한복판으로 끌려가기 때문에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면서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운수, 소매, 숙박, 음식점은 모두 유난히 영세상인이 많고,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많이 받는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중재를 하되, 져야 할 십자가는 지고 설득할 건 설득해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나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대해서도 “이미 (최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들이 있는데 이를 두고 새로운 법을 만드는 건 과잉입법”이라며 “기존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는 노력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는 “재계의 기본 입장은 ‘받는 것 나누기 실제 근무시간’이라는 대법원 판례대로 하자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국회의 규제개혁 노력을 거듭 촉구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이 1500개 이상 발의됐는데 이 중 800개 이상이 규제법안이다. 지금도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죽겠다는데 800개나 더 할 규제가 뭐가 있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송년 인터뷰에서도 “20대 국회가 발의한 기업 법안 1000여 건 중 690건이 규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1년 새 규제법안 110여 개가 더 늘어난 셈이다. 박 회장은 “정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땀을 뻘뻘 흘리던 냄비 안의 개구리가 이제 피부 곳곳에 화상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해 “획기적인 노력이 없는 이상, 미진한 규제개혁에 악화하는 대외 환경이 겹쳐 중장기적인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가 예산을 증액하고 주력 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기업의 역동성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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