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분단의 역사만큼 차이 큰 남북한 언어문화, 극복하기 위해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7일 14시 00분




Q. 북한이탈주민이 직접 그린 ‘로동심문’이라는 웹툰에서 단어나 화법이 달라서 겪는 문제들이 많이 제시된 것을 보았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나원에서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정착 과정에서 문제가 자주 생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요? 하나원의 교육과정에 정착을 위한 실질적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학생의 경우에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학교가 따로 존재하여 영어, 컴퓨터 등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성인에게는 그런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서단비 전주교대 영어교육과(아산서원 14기)



A. 안녕하세요? 통일부 하나원입니다. 먼저 탈북민에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대해 감사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이런 관심이 모이면 상호 이해로 확장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

먼저 하나원은 탈북민들의 원활한 언어생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나원 언어교육은 크게 3단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단계는 의사소통의 기본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어휘와 표현을 학습합니다. 2단계는 남한 사람과 오해 없이 대화하기입니다. 표준화법을 배웁니다. 3단계는 사회진출의 장애극복입니다. 발음과 억양을 교정하는 시간입니다. 하나원 정규(필수) 교육 총 406시간 중에서 정규 언어교육은 38시간으로 9.3%를 차지합니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도 교육합니다. 교육을 위한 교재는 강의 시 활용되는 것 외에도 교육생들이 실제 정착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의 학습 조건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인 것이 사실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기본교양 분야는 물론이며 취업을 위한 교육까지 모든 분야의 교육이 3개월에 이루어집니다. 정해진 시간에 다양한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고, 탈북과정에서의 겪은 신체적 심리적 어려움을 치유하기에 3개월은 짧은 시간입니다. 더하여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 대다수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제도권 교육에 편입을 하지 못해 기초 학습 능력이 부족하거나, 건강문제 등으로 학습을 위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나원에서는 이를 감안하여 탈북민이 정착하는 데 필요한 기초소양교육 외에도 교육생의 신체적·심리적 안정 등을 위하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남북한 언어도 분단의 역사만큼 차이의 폭이 큽니다. 같은 한국어이기에 소통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현장에서 탈북민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남북한 언어문화 차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 습관으로 굳혀진 언어를 한 순간에 바꾸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우리사회에서 고등교육을 받았음에도,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지역 특색이 강한 표현으로 지역 간 소통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2016년 남북 언어의식조사보고서’(국립국어원)에 의하면 탈북민의 40.7%가 북한 말씨로 인해 차별·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일반인의 61.8%는 북한말을 사용하는 사람에게서 ‘불편하고 낯설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런데 지역 방언을 사용하는 남한 일반인들 93.5%는 사투리 사용으로 인해 무시나 차별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남북한 언어차이 극복을 위한 노력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성인 대상 영어교육은 정규 프로그램으로 <기초영어 학습>(4시간)이 있습니다. 현재 탈북민 대다수는 러시아어를 기본 외국어로 학습한 경우가 많아 <기초영어 학습>시간을 통해 알파벳 익히기, 발음기호·로마자표기법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기초과정 외에 보충 심화과정으로 <원어민 영어>(11시간)가 추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컴퓨터 교육은 정규 프로그램 38시간, 보충 프로그램 <정보화 교육(중급)>과 <정보화 교육(고급)> 각 18시간, 총 74시간의 수업이 편성 운영되고 있으며 있습니다. 컴퓨터를 접해 본 경험이 없는 탈북민이 대부분이기에 자판 익히기부터 시작, 문서 작성과 인터넷 검색, 이메일 활용 등의 내용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하여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이 우리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필요한 기초사회적응교육을 3개월(12주)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교육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초직업적응훈련(91시간)은 공모제를 통하여 선정된 위탁교육기관에서 실습중심으로 교육하며 이를 통하여 탈북민들이 사회정착에 꼭 필요한 직업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직종은 간호조무, 요양보호, 사회복지, 회계기초, 여행가이드, 판매서비스, 기초조립, 품질관리, 전기전자, 한식·양식, 제과제빵, 헤어, 피부미용, 네일아트 등 5개 분야 15개 직종이 있습니다. 탈북민들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 교육생 희망 직업군 선호조사, 직업심리검사(홀랜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정했습니다. 교육생은 이 중에서 2개 분야 6개 직종을 선택해 2주 동안 실습 교육을 받고 현장에 방문합니다. 그 외에도 언어 및 정보화, 체육·문화활동 등 다양한 자율 참여형 보충프로그램(368시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이 정착하는 데 필요한 기초 사회적응교육 외에도, 신체적 안정을 위한 ‘하나의원’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마음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의원에서 내과, 한방과, 치과, 정신과, 산부인과 등의 1차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정밀검사·입원·수술 환자는 2·3차 협력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습니다. 중증질환 등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는 질환은 하나원에서부터 전국 국·공립 대학병원으로 연계하고 있습니다. 하나원 수료 후에는 거주지에서 연계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거점 병원과 의료협약을 체결하여 진료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마음건강센터에서는 심리·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상담심리 인력, 임상심리, 정신과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청년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통일부 하나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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