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내년 서울만남?…불씨살린 김정은에 靑 ‘기대’

김정은, A4 용지 두장 분량 친서…서울답방 불발 아쉬워
文대통령, 즉각 화답 “김정은 환영하는 마음, 변함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말 친서’를 계기로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에 다시금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지난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당시 양 정상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을 합의했으나 결국 무산됐고 여기에 북미간 비핵화 협상도 그다지 진전이 없어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가능성은 요원해진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30일 문 대통령 앞으로 친서를 보내 서울답방의 불씨를 살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김 위원장이 보내온 친서는 에이포(A4) 용지 두장 분량으로 내년에도 남북정상이 함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나아가자는 뜻이 담겼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올해 서울방문이 실현되길 고대했지만 이뤄지지 못해 아쉽다면서 앞으로 상황을 주시하다 서울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2019년에도 문 대통령과 자주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논의를 진척시키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함께 해결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올해에만 4·27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5·26남북정상회담,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까지 세 차례 만났다. 즉,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내년에도 한 번이 아닌 여러 차례 만남을 갖고 소통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을 계기로 양 정상의 첫 번째 회담인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날 김 위원장의 친서는 이르면 내년 초 김 위원장 서울답방의 신호탄으로 풀이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올해 2월10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으며 문 대통령은 이에 3월5일 대북특사단을 보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고 이후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김여정 제1부부장 이후 10개월 만에 전달된 이번 친서는 누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인편으로 전달됐으나 구체적 방식은 알지 못한다”며 다만 친서를 전달한 사람이 청와대를 들렀다 간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김의겸 대변인도 “남북 사이 여러 소통창구가 있다. 그중 한 창구를 통해 전달이 됐다”고만 말했다. 한편에선 정상 사이 친서가 전달된 것인 만큼 김여정 제1부부장 못지 않은 급의 특사가 방남(訪南)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의지에 즉각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당일 오후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김 대변인은 친서에 대해 오후 4시20분 청와대에서 언론 브리핑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오후 6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됐음을 국민에게 전하는 한편 김 위원장에게 서울답방을 재차 요청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SNS에 “앞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서로의 마음도 열릴 것”이라며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우리의 마음은 결코 변함이 없다”고 적었다.

남북정상간 이같은 ‘공개적 소통’은 지난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이로써 남북정상 관계에 적신호가 들어온 게 아니냐는 오해 또한 불식시키게 됐다.

남북관계는 최근 ‘남북철도·도로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 진행’ 등 눈에 띄게 진전된 모습을 보여왔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 무산을 비롯해 정상간 핫라인도 딱히 효력을 발생하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 탓에 일각에선 정상 사이 신뢰관계에 의문이 나왔던 터다. 문 대통령은 이른 시일내 김 위원장에게 이번 친서에 대한 정식 답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