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달라지니 내 삶도 좋아지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
지난해 1월 2일 신년 인사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이 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본격화해 국민 체감 성과를 높이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경제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자 지지율 하락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경제 실책은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정책의 실패로 꼽혔다.
○ 저소득층일수록 “경제정책 잘못돼”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60.4%는 ‘잘못했다’고 응답했다. ‘잘했다’(30.8%)는 응답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경제정책을 잘못했다는 응답은 20대(만 19∼29세)부터 60대 이상(70.9%)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절반을 넘어섰다.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소득주도성장 등 정책기조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정치적 성향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셈이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73.7%)와 무직(72.0%) 계층에서, 지역별로는 대구경북(77.5%), 부산울산경남(66.3%)에서 부정적인 응답이 높았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의 원인으로 꼽힌 이른바 ‘이영자(20대, 영남, 자영업자)의 지지 이탈’ 현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결과다.
가장 잘못한 경제정책으로는 최저임금 정책이 3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취업전선에 나가야 하는 학생은 절반에 가까운 47.9%가 최저임금 정책이 가장 잘못된 경제정책이라고 답했다.
지난해에 비해 10.9% 올리기로 한 최저임금 인상 폭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소득 수준에 따라 엇갈렸다. 월평균 소득이 200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은 최저임금 인상 폭이 부적절했다는 응답이 50.1%로 적절했다(42.0%)는 의견을 넘었지만 소득 200만∼400만 원인 응답자(51.9%)와 400만∼600만 원인 응답자(55.7%)는 최저임금 인상이 적절했다는 답이 더 많았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가 영세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로 집중되고, 오히려 월급이 오른 중산층 화이트칼라 계층에 혜택이 쏠린 역설적인 현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저임금 정책에 이어 잘못된 경제정책으로는 일자리 정책(16.9%)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12.8%),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8.7%)이 꼽혔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 전환 필요”
취임 후 1년 7개월간 이어진 경제정책 성과에 대한 낮은 평가와 함께 경제정책의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시장 요구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68.5%로 ‘원래 계획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22.5%)의 세 배 수준을 보인 것. 경제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모든 연령과 직업 계층에서 모두 절반을 넘었다. 청와대가 ‘경제정책의 방향은 옳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해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41.9%로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29.4%) ‘주 52시간 단축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23.9%)는 응답을 훌쩍 앞섰다. 문 대통령이 여야 합의를 뒤로 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 결과에 맡기겠다고 밝힌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로시간 단축 보완책을 마련해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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