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처음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었다. 김일성 때부터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는 연단에 서서 진행돼 왔지만 집권 8년 차를 맞은 그가 푹신한 소파를 택하며 보다 안정감 있는 분위기 연출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벌 오피스(집무실) 모습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년사를 벤치마킹하며 정상 국가 이미지 강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30분간 공개된 김 위원장의 신년사는 시작부터 예년과 달랐다. 평양 노동당 본청으로 보이는 건물 복도로 김 위원장이 들어서자 ‘집사’로 통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허리를 숙여 맞았다.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조용원 당 부부장이 수행하며 계단을 함께 내려가 신년사 장소로 이동했다.
1인용 가죽 소파에 앉은 김정은은 짙은 남색 양복에 푸른색 계열 넥타이를 맸다. 연설문 종이를 손에 들고 간간이 보기는 했지만 주로 앞에 놓인 프롬프터를 보며 읽는 듯했다. 김 위원장의 뒤편 벽에는 김일성 김정일의 대형 초상이 걸려 있었으며, 책상 위 탁상용 액자에도 김일성 김정일 얼굴이 있었다. 김정은 신년사에 선대의 모습이 등장한 것은 처음. 신년사 내용에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신년사 녹화 과정도 은연중에 공개했다. 김 위원장 뒤편에 놓인 탁상시계가 연설 시작 때 0시 5분을 가리켰고 끝날 쯤엔 0시 55분이었다. 50분 촬영한 것을 30분으로 편집해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보안을 우려해서인지 방송 도중 이 시계를 잠시 모자이크 처리하기도 했다.
촬영지는 일단 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청으로 보이지만 정보 당국의 분석 결과 앞서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집무실, 접견실과는 구조나 집기물이 달랐다. 이 때문에 신년사 녹화를 위해 인테리어를 바꿨거나 별도의 세트를 마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풍스러운 소파와 책상, 은은한 전구색 조명이 등장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또 신년사 도입부에 당 본청 야경이 서서히 줌인 되다가 녹화 장소로 넘어가는 것은 시 주석의 신년사를 참고한 듯했다. 시 주석의 신년사도 인민대회당, 톈안먼(天安門) 등 야경으로 시작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