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언급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한미가 연합훈련 등 대북 군사 압박을 일부 접었음에도 더 노골적으로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이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해 3월 대북 특별사절단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예년 수준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고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진행할 당시 스텔스 전투기 F-22를 한반도에 전개한 뒤로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고 있는데도 이를 요구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말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의 핵 폐기가 아닌 남북 모두의 핵 능력 제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김정은, ‘주한미군 핵우산도 없애라’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의 군사적 적대관계를 근원적으로 청산하고 조선반도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로 만들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부동한 의지”라면서도 “북과 남은 이미 합의한 대로 대치 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지상과 공중, 해상을 비롯한 조선반도 전역으로 이어 놓기 위한 실천적 조치들을 적극 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 연합훈련 등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긴장의 근원으로 지목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했다.
이미 한미는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를 중단하고 ‘비질런트 에이스’ 등 한미 연합훈련은 축소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여기에 군은 통상 봄과 8월에 실시하는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CPX)인 키리졸브,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역시 이름을 가칭 ‘19-1 연습’ 등으로 바꾸고 기간도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 전략폭격기, 핵추진 항공모함 등의 전략자산 전개 및 이 같은 전략자산이 참가하는 연합훈련의 중단은 곧 한미의 비핵화 조치다. ‘북한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핵 능력 제거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결국 한국에 제공되는 미군의 핵우산을 없애지 않으면 북한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없다는 얘기다.
○ 軍 “올해 한미 연합훈련 실시”
군은 올해 두 차례로 예정된 CPX는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이미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두 번의 CPX를 포함한 올해 훈련 계획을 보고했다. 정부 소식통은 “올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앞서 한국군의 작전 주도 능력을 검증하는 첫 단계인 최초작전운용능력(IOC)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은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따라 북한이 다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군사적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만약 북-미 대화가 별 진척이 없고, 대북제재 역시 지속될 것으로 북한이 판단하면 재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협상 상황에 따라 한미가 직전에 훈련 중단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안보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7년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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