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국회’ 막았는데 ‘식물국회’ 초래…국회선진화법 개정될까?

  • 뉴스1
  • 입력 2019년 1월 4일 11시 27분


홍영표·김관영 “선진화법 개정 필요” 새해부터 한 목소리
한국당 동의없이는 불가능…부작용 해소 방향으로 타협 여지

정치권에서 새해부터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12월 임시국회에서 ‘유치원 3법’이 처리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면서 “의원 한 명, 한 정당이 반대하면 과반이 넘어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의사결정 구조에 치명적 문제가 있다”며 “국회선진화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이름만 ‘패스트트랙’이지 사실상 ‘슬로트랙’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언급하면서 “신속처리안건은 이름은 ‘신속’이지만 (최장) 330일이 걸리기에 적어도 (처리 기간을) 두 달 정도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서두르겠다”면서 “국회선진화법은 식물국회를 만들어버린 후진화법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신속처리안건은 표현과 달리 실제는 저속처리안건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것은 과거 양당제에 기초해 만든 법이다. 그러나 지금 다당제 현실에 맞지 않다”며 “다당제 현실을 반영해 의결정족수를 단순 과반으로 낮춰서 국회의 합의와 원내교섭단체 간 합의처리 관행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동물국회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법안 단독 처리를 막기 위해 18대 국회 말인 지난 2012년 5월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대폭 제한하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를 얻어서 처리하는 법안으로 본회의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규정 탓에 ‘식물국회’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날치기’ 처리나 ‘폭력국회’의 오명은 사라졌지만 ‘생산성’에서는 낙제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다수당의 법안 일방처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반을 기본으로 하는 의사결정구조가 흔들리면서 다수결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의 원내대표가 ‘국회선진화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두 원내대표가 선진화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현재 129석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다당제 구조 속에서 민생.개혁 입법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안마다 각 당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법안 처리를 위한 요건을 완화해 사안에 따른 연대를 바탕으로 입법 성과를 내 문재인 정부의 원활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거대 양당 사이에서 제대로 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의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를 얻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현 상황에서 29석인 바른미래당은 아무 역할을 할 수 없지만 요건을 완화하면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제대로 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선진화법 개정에 대한 속내는 다르지만 양당이 의기투합 해 선진화법 개정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동의없이는 불가능하다.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면 선진화법 자체를 개정해야 하지만 개정절차가 까다롭다. 선진화법에 따른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정권교체 후 제1야당이 된 현 상황에서 선진화법 개정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한국당의 도움 없이는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개정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정치권 내에서 선진화법 개정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이든 야당이든 선진화법을 실제 적용하면서 나타난 여러 부작용을 확인한 만큼 이를 해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 간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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