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 행사에서 취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해 국민과 더 가깝게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약 20개월만인 지난 4일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은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외 주요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날 발표했다.
다만 청와대는 ‘소통과 개방’이라는 공약의 취지만큼은 살리겠다는 의지다. 방법은 집무실 대신 ‘관저’를 확실히 옮기는 것이다.
유 위원은 “대통령께서 광화문 대통령을 하겠다고 하신 뜻은 ‘국민과의 소통’과 ‘청와대 개방’ 두 가지가 기본 기조였다”며 ‘경복궁-청와대-북악산’을 연결시키는 개념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북악산은 1968년 1·21사태(김신조 사건) 후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다가 2006년 4월 일부 구간이 일반에게 공개된 상태다.
유 위원은 이어 “이렇게(경복궁-청와대-북악산)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관저 앞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따르는데 이 문제를 관저 이전까지를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동선을 경호처와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 위원은 ‘관저를 옮기는 시점’에 대해 “현 대통령만 살다가는 집이 아니다. 지금 옮기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까진 결과를 제시하려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 관련한 안(案)이 나오면 임기 내 확실히 관저를 옮기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뉴스1과 통화에서 “(임기 내 관저를 옮기는 안을 실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4일) 유 위원과 함께 문 대통령에게 집무실 이전 무산을 보고했던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도 앞서 ‘집무실 이전이 어렵다면 관저라도 먼저 옮겼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는 2017년 10월 청와대에서 가진 ‘상춘포럼’ 강연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경호·보안 문제라면 관저라도 먼저 이전시켰으면 좋겠다”며 광화문 광장부터 청와대 뒤편의 북악산까지를 시민들이 도보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위원과 승 대표는 풍수지리를 들어 관저의 이전을 주장하고도 있다. 승 대표는 당시 상춘포럼에서 자신이 풍수지리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후일이 좋지 못한 이유를 사회적으로 ‘청와대가 풍수지리상 그리 좋은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지 않냐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위원도 전날 “누가 봐도 현재 관저가 갖고 있는 사용상의 불편한 점, 그리고 풍수상 불길한 점을 생각하면 옮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강하다는 점도 관저 이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토론회에서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무엇이 바뀔 것인가’라는 물음에 “퇴근 때 남대문 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소주 한잔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시국도 논하면서 소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광화문 인근의 한 호프집을 직접 찾아 시민들과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를 나누며 이를 지켰다. 관저 이전 역시 이같은 맥락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집무실이 보안 등의 이유로 광화문으로 이전하지 못하는 가운데 관저의 이동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을 중심으로는 지킬 수 없는 공(空)약을 한 데에 문 대통령의 직접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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