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87)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 4개월 뒤 광주를 방문해 “이제 더 이상 광주사태를 논의하면 안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1980년 9월5일 미 국무부에 보낸 3급 비밀전문 ‘전두환 대통령 광주방문: 뒤섞인 신호’에 따르면 전씨는 9월5일 전라남도의 도청 소재지이자 5월 사건의 현장인 광주를 방문했다.
광주를 총칼로 진압한 뒤 9월1일 대통령에 취임한 전씨는 5일 전북과 전남을 찾았다.
전씨는 당시 전남도청에서 전남도지사로부터 영산강 홍수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후 “광주사태가 국민들의 단합된 노력으로 해결돼 만족스럽다”며 “이제 더 이상 광주사태를 논의하면 안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이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고 다른 지역보다 더 모범적이 되라”고도 했다.
수많은 시민이 군인의 총탄에 죽어간 사건이 일어난 지 4달도 안돼 광주를 찾아 이같은 말을 한 것은 5·18민주화운동으로 인한 불만을 조기에 봉합해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그는 또 “지리산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광주~대구 고속도로·옛 88올림픽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88올림픽고속도로는 1981년 착공돼 1984년 완성됐다. 전씨는 개통식에서도 ‘영호남의 화합’을 강조했다.
미 대사관은 “(지리산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지어진다면 이는 전라도에 상당한 경제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전두환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고 있는 전라도 주민들에게 이 도로가 화해의 제스처로 비칠 수 있다”면서도 “전두환의 발언은 전남 지방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한편,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씨는 건강상 이유로 7일 열리는 재판에 불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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