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 노영민’의 귀환… 광흥창팀서 원조 친문으로 ‘중심 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8일 03시 00분


[청와대 개편]靑 비서실장에 노영민


이 정도면 ‘원조 친위 부대’의 귀환이라 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단행할 청와대 인사에서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노영민 주중대사와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전 의원이 각각 대통령비서실장과 정무수석비서관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캠프의 핵심이었던 ‘광흥창팀’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힘의 중심이 1년 8개월여 만에 원조 친문 진영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 ‘문지기’ 노영민의 화려한 귀환

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2017년 5월 9일, 민주당 내부에서는 내전(內戰)이 벌어지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노 대사를 미는 친문 진영과, 임종석 비서실장을 앞세운 광흥창팀 간의 기 싸움이었다. 훗날 문 대통령은 “일찌감치 임 실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했지만, 두 세력은 대선 당일까지도 문 대통령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광흥창팀의 한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임 실장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친문들이 ‘비서실장 자리는 빼앗길 수 없다’는 인식이 매우 강했다”고 했다. 노 대사, 전해철 의원 등 친문 진영은 2012년 대선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해 온 인사들. 친문 진영과 거리가 있었던 임 실장 등은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이 수혈한 케이스다.

1차전에서 고배를 마신 노 대사는 중국에서 절치부심한 끝에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비서실장 자리를 차지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과 노 대사가 비서실장 인선과 청와대 인선에 대해 논의를 마쳤다”며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고,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함께할 카드는 아무래도 노 대사밖에 없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이어 임 실장까지 곁을 떠나면서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고 판단할 수 있는 인사는 노 대사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노 대사는 2012년 대선 패배 뒤부터 ‘문지기’(문재인을 지키는 모임) 등 각종 의원 모임을 만들어 문 대통령이 흔들릴 때마다 곁을 지켰다.

노 대사는 이날 오후 예고 없이 베이징 소재 중국 외교부를 찾았다. 비서실장 내정에 따라 중국 외교부 고위 인사에게 귀임 인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내 카운터파트로 일했던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난 것으로 추측된다.

선임 수석인 정무수석을 맡게 된 강 전 의원 역시 문 대통령이 각별하게 아꼈던 인사다.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강 전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밀어붙였다. 한 여당 의원은 “강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정무수석 제안도 받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 때 광주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고사했었다”며 “두 자리 모두 순리대로 임명된 인사”라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19대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 주요 현안을 처리했던 강 전 의원에게 규제 개혁 등 주요 혁신 관련 입법을 위한 당청 관계 조율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 黨-靑 역학 관계도 변화 불가피

이번 인사로 당청 관계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50대의 임 실장과 초선 의원 출신인 한병도 정무수석이 당청 관계에서는 다소 무게감이 약했다”며 “나란히 3선 의원 출신인 노 대사와 강 전 의원은 홍영표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이해찬 대표와도 허물없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친문 색채가 짙어지면서 앞으로 문 대통령의 행보가 지지층 결집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과거 친문과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갈등이 극심했을 때 노 대사와 강 전 의원은 ‘비둘기파’보다는 ‘매파’에 가까웠다”며 “야권과의 대치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노영민#비서실장#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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