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10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며 이처럼 각오를 다졌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8일 자정을 기해 노영민 주중대사에게 비서실장 자리를 물려주고 1년9개월여 만에 청와대 문을 나선다.
운동권 출신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신문(新문재인)계 인사로서 곳곳의 적잖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당분간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임 실장이 비서실장으로 임명될 때만 해도 주변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기존 친문(親문재인)계가 아니라는 점, 젊은 비서실장이라는 점 등은 기대로 작용했지만 운동권 출신의 임 실장이 정부 정책을 좌측으로 이끌거나 친문계가 아닌 만큼 대통령은 물론 친문 참모진들과의 소통에서 배척당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하지만 임 실장은 임기동안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군부대 선글라스 시찰 논란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구설에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소통에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고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을 세 차례 성사시키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이에 따라 사실상 ‘정치권 우량주’로 떠오른 임 실장의 눈앞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펼쳐진 모습이다. 임 실장은 ‘정치권 시계’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추후 행보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설들이 나오는 가운데 설들의 공통적 특징은 임 실장이 ‘용’(龍)으로 날아오르기 위한 발판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설은 임 실장이 당장 ‘내년(2020년) 총선 출마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지역구는 서울 종로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의 당선은 여러 정치인들을 ‘거물 정치인’으로서 서게 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고 문희상 현 국회의장 직전 의장직을 수행한 정세균 전 의장의 현 지역구다. 이에 따라 종로의 경우, 정 전 의장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이기도 하다. 아울러 임 실장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서울 중구성동구을이나 20대 총선 당시 낙천했던 서울 은평구을 도전도 거론된다.
한편에선 임 실장이 ‘서울시장 출사표’를 들고 2022년 6월 지방선거에 직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던 임 실장은 이때 ‘지방자치’에 상당한 매력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임 실장이 2022년 3월에 있을 20대 대선 땐 몸을 낮추고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을 거침으로써 후일을 도모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시장, 박원순 현 시장까지 잠룡들이 거친 서울시장직은 정계에서 ‘소통령’으로 불린다.
임 실장이 통일부장관 등 남북관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곳을 고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요청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실장이 맡고 있는 청와대 내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위원장의 경우, 당초 임 실장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내정하는 보고를 올렸으나 문 대통령이 “각 부처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통할하려면 청와대가 하나 하나 얘기를 듣고 정리해야 한다”는 등의 설득을 하며 임 실장을 앉힌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전문가로 꼽히는 임 실장 또한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추진 방향에 있어선 신뢰가 굳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남북관계를 거침없이 진전시키는 것을 보고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많은 정치선배들을 모셔봤지만, 그중에서도 대통령은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며 “어디서 저런 괴물같은 사람이 있었나 싶다”고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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