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튜브를 통해 ‘정부의 KT&G 사장 인사개입 및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강요’의혹을 폭로한 지 열흘이 흐르면서 이미 이 문제는 여의도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됐다.
제1야당인 한국당으로선 문재인 정부가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경제에 관한 폭로다보니 법적,제도적 방안을 총 동원해 공세를 취하고 있고, 여권은 이에 대한 방어에 급급한 눈치다.
현재 한국당은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를 연일 공격하고 있다. 한국당은 신 전 사무관을 공익제보자로 규정하고 보호할 수 있는 ‘신재민법’(공익신고자 보호법) 발의했다. 또 당내에 공익제보자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기재부 출신 추경호 의원이 단장을 맡은 ‘나라살림조작사건 진상조사단’은 지난 4일 청와대를 방문해 신 전 사무관 폭로와 관련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국당은 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출석을 강제할 수 있는 청문회 개최와 특검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야당으로서는 이번 이슈가 호재이긴 한데 어쩐 일인지 한국당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한 개별접촉은 하지 않고 있다. 앞장서 만나 인터뷰를 추진하거나 육성 고백을 듣고와서 떠들썩하게 정부 비판에 활용할 수도 있을텐데 현재까지는 만남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당이 신 전 사무관을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일단 신 전 사무관의 개인적인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3일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뒤 잠적했다 발견돼 병원에 입원중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신 전 사무관의 부모나 의사가 ‘극도의 안정이 필요하다’며 전부 봉쇄하고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당이 접근해 오해가 생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본인이 심리안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건강 회복이 무엇보다 우선인 환자를 놓고 한국당이 병실을 드나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 정쟁을 위해 환자를 동원한다는 비판적 역풍을 우려하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접촉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자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용기있는 젊은이가 소신있게 한 행위를 우리가 따라붙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국회에서 진상규명하는 게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유로는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대한 정확한 사실여부다. 물론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꺼내 놓은 것일테지만, 전체 그림 중 한 귀퉁이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신 전 사무관의 폭로는 일각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되다가 사라진 사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한국당이 신 전 사무관의 말만 믿고 대여공세에 나섰다가 역공에 처해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 신 전 사무과과의 직접 접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직접 접촉하는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신 전 사무관과 관련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만 말했다.
실제로 한국당 지도부 중에선 신 전 사무관과 직접 연락 중이거나 시도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만이 지난주 신 전 사무관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하고 걸음을 돌린 게 전부다. 한국당도 이번 이슈에 무조건 적인 공세보다 진실 규명을 앞세워 조심스레 접근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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