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전격 연장…“이견 좁혔다는 신호”
中, 대미 협상력 강화 시도…과도 자극은 자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베이징에 북·중·미가 집결한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이 당초 예정보다 하루 더 연장돼 추이가 주목된다.
무역협상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러들였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을 대미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나,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중 양국은 중국 베이징에서 당초 7~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차관급 무역협상을 9일(현지시간)까지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무역협상 타결을 선언할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의 시장 개방과 중국의 미국 제품 및 서비스 구매 분야 등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도 협상이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압박에 맞불로 대응해온 시진핑 국가주석은 무역전쟁에따른 국내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라 그간 미국에 상당 부분 양보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미국 협상팀이 지켜보는 가운데 4차 북중정상회담을 열며 북중 밀착을 과시한 것은 대미 협상력 강화를 위한 시 주석의 ‘회심 카드’로 볼 수 밖에 없다는게 대체의 분석이다.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을 향해 “새로운 길”을 경고한 김 위원장을 자신의 안방으로 불러 대북 영향력을 과시함으로써 미중무역협상에서 입지 강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비록 중국 정부는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은 무역협상이 타결에 실패한다면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포함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목표들을 성취하는 것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강하게 상기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앞서 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중 무역협상과 북한 비핵화는 별개의 문제“라고 공언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이 무역협상과 향후 북미협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북한을 레버리지로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은 중국에게도 부담이다.
중국이 사실상 대미압박 의도가 있었던 지난 3차 방중과 달리 4차 북중정상회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대미 자극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전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4차 정상회담을 하고 4시간에 걸친 환영만찬까지 실시했으나 중국 관영 CCTV는 당일 저녁 메인 뉴스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만 간략히 언급하고 내용 등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뉴스에도 김 위원장 관련 보도는 아예 없었던 가운데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다른 관영매체도 방중 사실만 언급하는데 그치고 있다. 지난 3차 회담 당일 저녁에 회담 장면과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한 것과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번 4차 방중 자체가 중국이 북미협상에 깊게 관여하는 것을 피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의소리(VOA)에 시 주석이 방북하지 않고 김 위원장을 불러들였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시 주석이 미중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현 시점에 북미협상에 깊게 관여하는 것을 원하치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서는 그간 3차례 북중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당초 1월 초를 전후해 시 주석의 평양 답방이 추진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1일 미중 정상이 ‘90일간 휴전’에 합의한 이후 갈등이 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결국 답방을 포기하고 김 위원장을 불러들이는 것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대북 재재 구멍 역할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는데 최근 중국은 대북제재 이행에 있어 상당히 협조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재까지 트윗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미중무역협상에 대해서는 ”잘 진행되고 있다“며 순항중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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