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이’ ‘질문 치열’ 타운홀 미팅 신년 기자회견
“궁금한점 해소 계기 됐길” 기자들 향해 “우린 한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내외신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은 말 그대로 각본 없이 이뤄졌다.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질문권을 얻기 위해 손을 들면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90여분간 진행됐다.
기자회견장으로 입장한 문 대통령은 “제가 직접 질문하실 기자님을 지목을 할텐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가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의 사회를 보며 ‘생방송 MC’로 데뷔한 셈이다. 보조 진행자로 나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기자 이름과 소속사 설명이나 질문 주제 변경 등 기자회견의 원활한 진행이 필요할 경우에만 개입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안보는 끝내고 민생·경제로 (질문 주제를 넘기자)”, “(지역지·외신 기자 질문이 많았으니) 중앙 일간지 위주로 (질문을) 해달라”고 언급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를 봤다.
문 대통령의 질문권을 얻기 위한 기자들의 ‘손 들기’ 경쟁은 지난해 못지않게 치열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의 이름과 소속사를 호명하거나 “앞자리 오른쪽”, “책 들고 있는 기자”, “휴대폰 들고 있는 분” 등으로 질문자를 지명했다.
외교안보·경제민생 등 큰 주제만 나눴을 뿐 질의응답은 각본 없는 ‘즉문즉답’으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한 기자가 ‘북한-미국 패키지 딜’을 위한 중재 의사를 묻자 “기자님이 방안 다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저도 설득하고 중재하겠다”고 답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덩달아 웃어보인 문 대통령은 “혹시 뭐 추가로 더 하실 말씀이 (있나)”라며 추가 질문을 유도했다. “국내 문제에 외신도 관심 있어요?”라며 외신기자의 질문을 끌어냈을 때도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경상일보 기자의 질문에는 “경상일보는 소재지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모습에 사회자가 적극 개입했던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보다 자연스러운 소통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뉴스1 기자가 문 대통령 지지율 중 20대 남성·여성의 차이를 물으며 “20대 남성에게 해명하실 기회를 드리겠다”고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남성 기자는 한복을 입어 관심을 모았다.
이번 기자회견은 예정보다 약 10분을 초과해 이어졌다. 질문은 22개가 쏟아졌다. 17명의 질문이 있었던 지난해 60여분간의 기자회견 때보다 양적으로 늘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오늘 더 이상 어렵다. 장시간 수고들 하셨다”며 “처음 해본 방식이라 세련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궁금한 점들이 많이 해소가 되는 계기가 됐기를 바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을 향해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덕담을 건넨 뒤 “우리가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한팀이라는 생각을 늘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영빈관에는 춘추관 출입 내외신 기자 180여명이 자리했다. 취재진은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자리했으며, 문 대통령과의 거리는 불과 3m정도였다.
문 대통령 자리에는 별도 단상이 없었으며 문 대통령 좌석 앞에는 질문 정리를 위한 스크린이 준비됐다. 좌석 뒤 배경막과 책상에는 문구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 함께 잘사는 나라’가 새겨졌다.
당초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수석급 이상 참모진의 자리는 취재진 좌석 사이사이에 배치될 예정이었지만, 이날 단상 중심으로 오른쪽 맨 뒷쪽으로 별도 구역이 마련됐다.
기자회견 배경음악으로는 가수 김민기의 ‘봉우리’,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마이라이프’, 커피소년의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처진 달팽이의 ‘말하는대로’, 그루배틱 크루의 ‘평화랩 괜찮아’가 흘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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