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남북 간 풀어야 할 과제 해결” 언급
피해 보상 문제, 제재 문제 난관…北 ‘사과’ 여부도 논란
남북이 각기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에 호응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 모두에 이익이 되었다”라며 “북한의 조건 없고 대가 없는 재개 의지를 매우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했던 남측 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라고 제안한 데 대한 호응 차원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세 차례의 정상회담에 이어 또 한 번 남북 정상 간 메시지 교환을 통한 ‘빅딜’을 시도했다.
문 대통령이 “이로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한과 사이에 풀어야 할 과제는 해결된 셈”이라고 언급한 것은 관련 문제에 대해 ‘톱 다운’ 식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남북 정상의 메시지 교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까지는 수차례 험난한 고비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문제의 경우 대북 제재와 우리 국민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는 ‘관광’ 자체는 포함돼 있지 않으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필요한 시설 복구 등의 과정에서 제재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사건의 첫 시발점이 된 우리 측 관광객의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이후 이어진 금강산 관광지구 내 우리 측 자산에 대한 몰수 및 동결 조치 해제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구체적 조치에는 정상 간 구두 합의를 넘어 남북 간 문서 합의를 통해 관련 기록을 남기는 것이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건은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이미 ‘조건과 대가 없이’라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우리 측이 또다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할 경우 오히려 북측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우리 측의 전격적인 폐쇄 결정으로 가동이 중단된 사안이기 때문에 북측에서 우리 측에 역으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조건과 대가 없이’라는 언사를 한 것 역시 이 같은 점을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쉽게 말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에서 각기 남북이 안고 있는 장애물을 정상 간 메시지 교환이라는 ‘빅딜’로 무효화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금강산 관광보다 훨씬 복잡한 대북 제재 문제에 연관이 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박근혜 정부 당시 개성공단을 폐쇄하며 정부는 개성공단을 통해 흘러간 자금이 북한의 무기 개발에 전용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자금 전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진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관련 사안에 대한 언급 말미에 “남은 과제인 국제 제재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또 한 번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비록 전임 정부이긴 하지만 한국 정부 차원에서 자금 전용 논리를 내세워 공단의 폐쇄를 결정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의 직접 근거가 되는 무기 개발과 관련한 우려 불식을 위해 정부가 어떤 논리와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실제 공단과 관광 사업이 재개되더라도 연착륙을 위해서는 우리 측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와 정부의 지원 및 투자도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개성공단의 경우 일부 입주기업들이 이미 해외나 국내로 사업 및 생산 기반을 재구축한 곳이 많아 실제 공단 가동 후 폐쇄 전 수준의 가동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미 2007년부터 추진됐던 개성공단의 2단계, 3단계 개발을 통한 공단의 확장에 대한 청사진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또 상당수 기업들이 정부의 폐쇄 조치로 인한 사업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이 문제는 남측에서의 내부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대북 주무부처로 북측과의 실제 협상을 진행할 통일부는 일단 문 대통령의 신년사 언급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발언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라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협력 속에서 제재 문제를 풀어야 하고 남북 간 합의할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여러 가지 부분들을 남북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합의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상황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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