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원내대표 “규제개혁 관련 경제계와 생각에 많은 차이”
규제점검 특위 구성 가능성 언급
여당과 경제계가 수년간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는 규제개혁을 놓고 온도차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연일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10일 열린 경제단체와 더불어민주당의 신년간담회는 규제개혁 등 경제현안에 대한 이견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간담회 직후 취재진에 “규제개혁과 관련해 경제계가 문제로 인식하는 것과 범위 등에 대해 (여당 생각과)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규제개혁 특별위원회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더 잘사는 대한민국을 위한 더불어민주당-경제단체장 신년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 4단체장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민병두 정무위원장, 정성호 기재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신년을 맞아 여당이 경제활력 제고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도로 마련된 자리지만, 40여분간 진행된 공개 모두발언에서부터 여당과 경제계의 의견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손경식 경총 회장 옆자리에 앉은 민병두 정무위원장은 박용만 회장을 직접 거명하며 경제계의 규제개혁 요구에 대해 ‘검증하겠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민 의원은 “박용만 회장이 20대 국회 들어 800여개의 규제가 생겼다고 말했는데, 실제 따져보자”며 “나쁜 규제도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규제가 있는 것이고 재계의 요구가 무리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위원장이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 “재계의 무리한 요구인지…”라고 언급하자,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인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박 회장은 민 의원의 발언을 듣고는 펜을 들어 메모를 하기도 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1시간여 진행된 간담회에서도 규제개혁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며,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만 회장은 경제계를 대표해 수년간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도 “규제를 바꿔서 기업들이 일을 벌이고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규제개혁 입법을 호소했다. 박 회장은 지난 연말 상의 기자단 신년인터뷰에서도 “20대 국회 들어와서도 기업관련 법안이 1500여개가 발의됐는데 800개 이상이 규제 법안”이라며 “지금도 규제 때문에 죽겠다는데 800개씩 더할 규제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골든타임을 놓쳐 기존 제조업과 신산업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위기가 코 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지난 7일 자유한국당 초청 경제간담회에서도 Δ신산업 규제개선 Δ빅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규제완화 Δ서비스산업발전 법안 Δ최저임금 결정구조 개선 Δ공정거래법 개정안 Δ기업지배구조 관련 법안 Δ복합쇼핑몰 규제 Δ의료산업 선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등 총 8개 사안에 대한 경제계 건의서를 자유한국당 측에 전달했다. 이 건의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측에도 전달됐다.
민 의원은 ‘규제점검 소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내용의 제안도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폐쇄형 구조로 성공해왔고 계열사와 부품사의 수직계열화로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가 나왔는데 앞으로는 이같은 폐쇄적 경제구조로는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일갈했다.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간담회에서 있었던 규제개혁에 대한 이견에 대해 언급했다. 홍 원내대표는 취재진에 “규제혁신에 대한 현실적 판단과 해결방안에 있어 인식 차이가 있었다”며 “좀 더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국회에 규제관련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여당 관계자들은 취재진에 연신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 오늘 간담회가 묻히는 것 아니냐, 많이 좀 보도해달라”고 말하는 등 여당의 경제 행보를 특별히 홍보하고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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