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기 갈등’ 전문가도 없이 온 日…“고급 군사기밀만 요구”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6일 13시 48분


지난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일본 해상초계기 레이더 갈등’과 관련 실무급 회의에서 일본 측이 레이더 전문가도 없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일본 측은 회의에서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레이더 주파수 특성에 대해 일부 제공을 제안하며,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우리 광개토대왕함의 주파수 특성 전체를 요구했다고 군 관계자가 전했다.

군 관계자는 16일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함정이 추적 레이더를 방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일본 측에 재차 설명했다”며 “일본 측 수집 정보와 함정 레이더 전체 정보를 동시에 공개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며, 사안에 해결 의지가 없는 억지 주장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STIR레이더(추적레이더)의 주파수는 고급 군사기밀에 해당한다”며 “추적 레이더에 대한 주파수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레이더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주파수 특성이 공개될 경우, 실제 전자전 상황에서 전파방해(jamming)를 받게 돼 우리 군함이 무력화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상대국에 요구할 수 없는 사항이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군복 입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지할 수 있는 상식적인 것”이라며 “일본이 (우리 측이) 내놓을 수 없는 정보라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일본 측의 요구와 관련해 “(일본이) 주파수 특성 일부를 공개하는 것은 자료의 신뢰성 문제가 있어서 그 당시 일본 초계기가 전자전 장비로 접촉한 위치, 시간, 방위, 주파수 특성을 전부 공개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측은 우리 측의 제안에 비공개 방침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일본이) 주파수 특성 일부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회의에 가지고 온) 주파수 특성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 측은 일본 초계기에서 실제로 레이더 경보기(RWR)의 경보음이 울렸는지에 대해서도 물었지만, 일본 측은 ‘군사적 보안’을 이유로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첫 대면 회의였던 지난 14일 회의에서 일본 측은 계속해 우리 함정 레이더 주파수 특성 전체를 요구했고 우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레이더 주파수 검증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우리 측은 당시 STIR 레이더를 조준하지 않았다는 자료를 확보하고 레이더 분야 전문가까지 동행해 회의에 참석했지만, 일본 측에서는 레이더 전문가도 없이 회의에 참석해 세부적인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날 회의장에서는 일본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에 대한 우리 측의 강력한 항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저공 위협 비행과 관련 “공대함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군용기가 상대방의 군함에 대해서 접근하는 자체가 위협적이고 도발적인 행위”며 “(일본 초계기가) 관례적으로 금지하는 비행패턴을 그대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초계기는 고도 150m에서 우리 함정 오른편을 500m까지 접근했고, 우리 함선 주변을 저공으로 10분 간 위협 비행했다.

당시 비행패턴을 분석해보면 일본 초계기는 우리 함선 쪽으로 향하는 위협 비행을 한 후, 함미 쪽을 통과해 함선 오른편을 불과 500m만 이격한 채 지나간다.

이 관계자는 “일본에서 인정하지 않았지만 광개토대왕함이 위협으로 느낄 수 있겠다는 공감은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일본은 회의에서 자신들은 일본 국내법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협약을 지켰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 측이 ‘제3국이 일본 초계기와 같이 저공으로 위협 비행을 했을 때 항의할 것이냐’고 질문을 던지자, 일본 측은 ‘자신들은 항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이 ‘항의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외부에 공개해서 국제 사회의 평가를 받겠다는 취지로 말하자, 일본 측은 뒤늦게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리 측은 앞으로 일본의 저공 위협 비행에 대해 우리도 P-3 해상초계기 등을 통해 대응차원에서 마찬가지로 저공 위협 비행을 할 수 있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4일 회의에 부석종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해군 중장), 이원익 국방부 국제정책관을 비롯해 레이더 분야 전문가 등이 10여 명이 참석했다.

일본측에서는 통합막료부 운영부장, 방위성 방위정책차장, 외무성 안전정책과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일본과의 추가적인 회의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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