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초계기 전자파 접촉음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이 가공된 정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일본이 더는 우리 측과 협의할 생각이 없다며 등을 돌린 상황에서 우리 군은 일관되게 확신에 찬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일본 방위성은 전날인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자국 초계기가 우리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에 조사(照射·비춤)됐다는 증거라며, ▲화기관제용 레이더 탐지음 ▲수색용 레이더 탐지음 등 해상자위대에 기록된 2개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일본이 공개한) 전자파 접촉음은 펄스(pulse) 반복률을 음으로 바꾼 것”이라며 “레이더마다 특성이 달라서 그중 한 가지만 보고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STIR)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원음이라면 삼봉호(당시 구조활동을 하던 해경함)와 광개토대왕함, 어선 등의 모든 음이 다 포함돼야 한다”며 “일본이 공개한 접촉음은 그렇지 않고 자기들이 원하는 정보 부분만 가공된 걸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18초짜리 화기관제용 레이더(추적레이더) 탐지음은 거의 한 가지 종류의 소리만 들린다.
지난달 20일 광개토대왕함이 북한 어선을 구조할 당시 주변에는 우리 해경함정인 삼봉호도 함께 있었다. 일본이 증거로써 접촉음의 원음을 공개한 것이라면 광개토대왕함과 삼봉호와 함께 주변 해역에서 어로활동 중인 어선들에서 나오는 주파수 음들도 함께 나왔어야 한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일본 초계기의 전자전 장비에 포착된 음은 언제 어디에서 녹음된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제시하지 않았다. 우리 군 당국은 전자파 접촉음의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일본 측에 날짜와 방위, 주파수 특성 등의 자료를 요청했으나, 일본은 ‘최종’ 발표에도 결국 공개하지 않았다.
또 일본은 “탐지한 레이더파 정보와 함정 레이더파의 상세 성능정보를 함께 조합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객관적인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지만, 우리 함정의 정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접촉음을 공개함으로써 부적절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아울러 군 관계자는 일본이 공개한 음은 전자전 장비가 접촉한 음으로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 경고음도 아니라고 밝혔다. RWR은 레이더의 주파수 신호를 영상과 음성으로 변환해 초계기 승무원에게 전하는 장비다.
만일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 같은 지향성 레이더로부터 ‘락온’(lock-on)이 되면 RWR에는 레이더가 조사된 방위각이 표시되고, 경보음이 울려 조종사나 승무원들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RWR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이라면 조종사 입장에서는 ‘채프’(레이더 영상에 혼란을 주기 위해 뿌리는 작은 금속성 물체)를 뿌리고 신속하게 회피 기동을 하는 것이 항공기 조종사의 상식이다.
군 관계자는 “추적레이더의 의미는 무장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통상적인 조종사라면 최대속력으로 올리고 위협으로 멀어지는 기동하는게 기본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조준을 당했다는 일본 초계기는 당시 함정 주변을 10분 동안 유유히 저공 비행한다.
일본 방위성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영상에서도 초계기의 승무원들은 통상적인 비행활동을 하는 듯 평온하게 교신을 하는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또 관계자는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추적레이더와 같은 지향성 레이더를 상대에게 비추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레이더)조사를 받았다면 공격당할 수 있다는 급박한 생각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일본 방위성은 전날 자국 초계기가 500m~550m 거리, 150m 고도에서 지난해 촬영한 우리 광개토대왕함 사진 3장을 외부에 공개했다.
방위성은 그러면서 “지난해 4월에 2차례, 같은 해 8월에 1차례 비슷한 거리에서 비행해 한국 구축함을 촬영했지만 한국 측에서는 한 번도 문제제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오후 밝힌 입장문에서 저공위협비행과 관련, “최저 안전고도 150m는 국제민간항공조약으로 군용기에 적용되지 않음을 일본 측도 결국 인정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간항공기에서조차 150m는 사람이나 건물이 없을 경우에도 안전을 위해 준수해야 하는 최저고도”라며 “150m는 일본측이 말하는 것 같은 ‘충분한 고도’가 아니고 반드시 피해야 할 ‘저고도’라는 것은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3차례는 (일본 초계기가) 1~2㎞를 유지하면서 고도 150m를 유지했다”며 “이번처럼 근접 저공 위협 비행을 안 했다”고, 일본이 발표한 사실 자체를 반박했다.
우리 해상 초계기의 경우, 의심선박 감시 등 특수작전 이외에는 고도 약 300m, 거리 약 5500~9000m를 떨어져 비행한다. 특히 탐지장비의 성능 등을 고려하면 이 정도 거리에서도 충분히 상대 함정을 식별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초계기가 150m 고도, 500m 거리까지 접근했다는 것은 우방국 함정을 의심선박으로 간주하는 정찰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아울러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인도적인 목적에서 북한 어선을 구조 중이었다. 오히려 긴박한 구조활동 중에 승조원들이 함정에서 소음과 진동까지 느낄 정도로 근거리 횡단비행과 유사한 비행을 한 것은 ‘비신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는 입장문에서 “IFF(피아식별장비)로 이미 우방국 항공기임을 확인하였기에 구조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에서 근접하는 항공기를 광학카메라로 재확인했을 뿐”이라며 “우방국 항공기가 아닌 미식별 항공기가 지속 접근하였다면 자위권적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 방위성은 전날 발표에서 당시 날씨와 통신상황과 관련, “사건 당일 현장 해역은 날씨가 맑고 구름도 적어 통신환경이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방부가 공개한 화면에서도 (광개토대왕함에서) ‘KOREAN SOUTH NAVY SHIP, HULL NUMBER 971, THIS IS JAPAN NAVY’ 등의 초계기 기장의 호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송신하는 일본 쪽의 녹음에만 따른 주장일 뿐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3종류의 무선호출 중 단 1종류만 녹음됐고, 이마저도 잡음이 많거나 수신감도가 안 좋거나, 일본 조종사의 부정확한 영어발음이 문제가 됐다.
처음 사태가 벌어졌을 때 군 당국은 일본의 통신을 ‘Korea Coast’(해경호출)로 알아들었으나, 나중에 일본이 영상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면서 ‘Korea South’라고 언급한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상청 일기예보에 따르면 당시 해역은 1.5~2m 정도로 파고가 높아, 통신을 하기에도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이 밖에 한쪽에서는 일본 초계기가 ‘JAPAN NAVY’(일본 해군)라고 자국 해상자위대를 지칭한 부분에 대해서 국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은 헌법에서 군의 보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군이 아닌 해상자위대(JMSDF)라고 불러야 한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 그동안 호출을 하면서 해군(Navy)이 아닌 해상자위대(MSDF)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초계기는 해군이라고 호출했다.
일본 방위성은 초계기가 스스로를 ‘해군’이라고 부르면서 자국 헌법을 위반하는 듯한 모양을 취하고 우방국에게 위협을 펼친 이유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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