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순찰 근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빈소를 방문하고 조문했다.
총리실이 출입기자단에 보낸 이메일 브리핑에 따르면, 이 총리는 이날 오후 1시15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총리는 조문을 마친 뒤 고인의 모친 김미숙씨 등에게 위로를 전했다. 김씨는 진상규명과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안전장치 강화를 요청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김씨는 이 총리에게 “아들이 처참하게 죽었다. 비정규직이라 혼자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다 죽었다”며 “아들의 동료들이 비정규직인데 생사를 넘나들며 일하고 있는데 그냥 둘 수 없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장례식장에서 시민대책위 관계자와도 만났다. 대책위 박석운 공동대표는 “빈소를 서울로 옮긴 것은 설 전에 장례를 치르게 해 달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독립적이고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이며 핵심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현장에 안전시설을 갖춰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현재 진행 중인 대화가 농밀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세 가닥 정도다. 우선 사고처리-진상규명-재발방지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 둘째 산업안전법 후속조치로 노동현장의 안전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셋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 가지에 대해 정부는 검토 중이다. (대책위와) 대화할 것이며, 총리가 대화를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 문제들이 매듭지어지려면 대화가 상당히 진척돼야 한다. 태안 공장 외에 다른 곳도 (현장 안전 문제를) 점검하겠다. 동시에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고, 진상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리는 빈소 방문을 마친 뒤 자신의 SNS(사회간접망서비스)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으신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님. 빈소에 늦은 조문을 드렸습니다”라며 “가족, 동료, 시민대책위 지도부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런 참사가 더는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남겼다.
김씨의 빈소는 전날 충남 태안에서 서울로 옮겨졌다. 유가족은 위험의 외주화 근절대책 마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발전소 노동자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김씨의 장례를 연기해 왔다.
정부는 지난 18일 태안화력발전소를 비롯한 석탄발전소 중대재해 사고원인 분석을 위한 ‘특별산업안전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진상조사위 위원은 유족과 시민대책위가 추천하는 현장노동자와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필요한 경우 정부 관계자도 참여한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진상조사위 구성은 면피책”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진상조사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조사 결과가 향후 정부 대책에 실효성 있게 반영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위험의 외주화 근본대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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