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일본의 초계기 저공위협비행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전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또 다시 근접비행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상황 조치를 위해 급히 자리를 떴다.
정경두 장관은 23일 오후 국방부에서 출입기자들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연말부터 계속된 한일 간 초계기 위협비행에 대한 정 장관의 입장과 향후 대응 방침 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그 동안 일본은 방위상과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통합막료장 등 군 수뇌부가 나서 공방전에 불을 지폈으나 우리는 국방부의 공식적인 입장 외에는 대응을 자제했다. 정 장관이 한 달 넘게 이어진 한일 간 진실게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기자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이어가던 정 장관은 군사보좌관의 보고를 받고 급히 자리를 떠야만 했다. 이후 대변인실을 통해 일본 초계기가 또다시 우리 해군 함정에 근접 위협비행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정 장관이 상황조치를 위해 간담회 도중 급하게 자리를 뜰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정 장관은 자리를 뜨기 직전 일본이 근접위협비행을 반복할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었다.
정 장관은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비행을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방부는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을 통해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로 간주한다”며 “일본 정부에 분명하게 재발방지를 요청했음에도, 오늘 또다시 이런 저고도 근접위협비행을 한 것은 우방국 함정에 대한 명백한 도발행위로 일본의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서욱 작전본부장은 “또다시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리군의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광개토대왕함이 자신들의 P-1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를 조사(照射·비춤)했다고 견해를 밝혔다.
정 장관은 “일본은 아베 수상과 관방장관, 방위상, 외무상, 통합막료장(우리의 합참의장)까지 군사, 외교와 관련된 모든 분들이 나와서 (레이더 조사 문제를) 언급을 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건 관련해서 일본이 논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주장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는 이것을 가지고 (한국과) 협의하지 않겠다고 출구 전략을 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장관은 지난 한 달여 간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한 것에 대해서도 “아베 수상 입장에서 (초계기 위협비행을 통해서) 우익들의 결집 지지도를 올리기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도 맞받아치면서 그걸 도와주는 형국으로 끌고가면 거기에 휘말릴 수 있다”며 “우리는 팩트와 국제법에 근거해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실무선에서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항공기 같은 경우 중국 정찰기가 KADIZ(방공식별구역) 내로 들어오면 식별을 하듯이 상대가 인지하면 가까이 들어오지 않도록 협의해야 하지 않겠나”면서 “일본과 핫라인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서 위협비행을 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그래도 일정 범위로 접근하면 자위권 차원의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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