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을 기정사실로 공식화했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다녀와 김 위원장에게 보고한 직후에 관련 보도가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자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제2차 조미고위급회담 대표단’을 만나 미국 워싱턴D.C. 방문 결과를 청취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논의하고, 관련해 미국과 해결해야 할 ‘일련의 문제’에 대한 협상 진행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이행을 촉구해왔다.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을 약속하는 동시에 새로운 북미 관계 설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의지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올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불변한 입장’이라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러한 훈령을 가지고 미국을 방문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입구 단계에서 북한이 영변 핵 시설에 한정된 동결과 사찰을 수용하고, 여기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북한 중앙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은 김 위원장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했다고 선전했다. 이에 비춰볼 때 북미 양국은 김 부위원장의 두 번째 미국 방문을 계기로 비핵화 로드맵의 입구와 출구, 그리고 대략적인 시간표를 그렸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영변 지역으로 한정된 동결과 사찰을 수용하고, 이에 따른 상응조치로써 미국이 연락사무소 개설 논의와 평화협정 체결 다자협의체 구성 사전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김 위원장은 북미 워싱턴 고위급회담 결과에 만족을 표하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준비를 지시했다고 중앙통신은 밝혔다. 북한이 대내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핵화를 핵심 의제로 한 북미 간 물밑 조율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 성공적인 개최를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많다. 김 위원장은 김 부위원장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은 후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의 두 번째 미국 방문에서도 완전한 등가교환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북미 정상이 또다시 마주 앉기까지 세부적 논의 과정에서 틀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북미 양측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 차례 큰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5월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이 일방적인 핵포기를 강요한다면 대화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거라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간 지 일주일 만이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사태는 김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 발표 8시간 만에 “열린 마음으로 미국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김 교수는 “북미 협상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북한은 ‘완료형’을 원하지만 미국은 ‘진행형’ 카드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단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큰 틀에서는 만족감을 표했으나 물밑에서 세부적인 입장 조율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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