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전대 주자들 ‘우향우’ 가속페달…자충수 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26일 09시 30분


2·27 전당대회에 출마할 자유한국당 당권주자들의 ‘보수 적통’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후보들마다 쏟아내는 강성 발언이 정치권 안팎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념좌표를 무조건 보수에 찍고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기선 잡기를 하려다 오히려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며 자충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원들의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지만, 후보들마다 보수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에만 열을 올려 선거를 앞두고 당내 ‘우향후’ 바람이 ‘극우’로의 쏠림을 심화시켜 역효과를 낳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보수대통합을 위한 당의 외연 확장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정치판에 한 번도 발을 들인 적이 없는 ‘신인’이지만 공안검사 출신인 점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경력’으로 내세워 당심 훑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공안검사 이름으로 국민의 안전과 공익을 지켜왔다”며 “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해산하자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충남도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도 “총리 시절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결기로 난세를 헤쳐나가겠으니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를 두고 홍준표 전 대표는 “통합진보당 해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업적인데 단지 정부의 소송대리인으로 나섰던 분이 그걸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하면서 대여 투쟁력을 과시하는 것은 참으로 의아하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통합진보당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이다, 해산해야 한다고 어려운 건의를 드렸다”며 “대통령이 결단을 했고, 그래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을 하게 됐다. 그게 전모”라고 한발 물러섰다.

황 전 총리는 인천의 한 특강에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해 “이복형을 독살했고 고모부를 공개 처형한 인물”이라며 “그런 지배세력이 갑자기 귀여운 인물로 바뀌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적대감을 드러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당원들의 향수를 자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북핵 대응에 맞선 해법으로 ‘핵개발’ 논리를 제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북핵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 전략의 일환이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안이라는 비판에 제기됐다.

오 전 시장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모임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저는 핵개발론자는 아니지만 옵션을 넓히는 게 외교안보에 도움된다”며 “전술핵 재배치를 뛰어넘어 핵 개발에 대한 야당의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개발 논의가 야당에서 시작됐다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은 생각이 복잡해질 것이고, 미국도 처음에는 전혀 선택가능한 방안이 아니라고 펄쩍 뛰겠지만 운신폭을 넓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오 전 시장에 대한 공세의 호재로 삼았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시대착오적인 핵개발을 주장하고, 동북아를 화약고로 만드는 위험한 ‘안보팔이’를 하고 있다”며 “오 전 시장은 수권 정당을 목표로 하는 당대표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동북아의 골칫거리가 되겠다는 것인지 모두를 우려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정도면 무모하거나 무지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당권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진태 의원과 안상수 의원도 “핵무장”, “전략핵 배치”와 같은 강성 발언으로 보수층 심리를 자극했다.

김 의원은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며 “핵무장은 (한국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많은 분이 동의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2016년 말) 미국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 위원장을 만나서 우리도 전략핵 배치하고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를 전달했다”며 “미국에 다시 가서 오판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25일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를 찾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좌파정권이 북한이 주장하는대로 미군이 철수하길 원하는데 그건 핵을 가진 북한 밑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라며 “경제야 망치면 정권 바뀌면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안보를 망치면 살릴 수가 없다. 안보위기는 위협이 현실화되면 살릴 수 없다”고 보수층의 위기감을 고취시켰다. 그는 “1년 4개월 전 CFR(미국 외교협회)에 가서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거하고 북핵만 인정하면 우리는 핵개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항의하고 압박한 적 있다”면서 안보위기의 해법으로 핵개발 카드를 다시 꺼냈다.

홍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도 “미북 핵협상이 1년6개월 전 우리가 우려했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ICBM만 제거하고 북핵을 인정하게 되면 우리는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사는 핵재앙이 오게 된다. 안보는 핵재앙에 이르렀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전대 주자들의 강성 발언은 보수진영에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보수성향 한 야권 의원은 “핵개발이나 핵무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표심을 위해 내뱉는 말 아니겠느냐”면서 “보수진영에서도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이어 “그런 억지 주장을 하는 후보들이 실제로 당대표가 되더라도 현실적으로 핵개발을 당론으로 확정할 수 있겠느냐”면서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보수대통합 뿐만 아니라 다른 현안에서도 거부감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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