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표정…상주와 면담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김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특1호실을 찾았다.
검은색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한 문 대통령은 헌화한 후 김 할머니 영정사진을 향해 재배한 후 반배했다. 동행한 청와대 참모진은 바깥에 서 있었고 조문은 문 대통령 단독으로 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의 사진을 7~8초가량 길게 응시한 후 침통한 표정으로 상주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 상임장례위원장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김 할머니 장례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으로 치러져 윤 대표와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 한국염 정의기억연대 이사, 권미경 한국노총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상임장례위원장으로 상주다.
문 대통령은 이어서 빈소 옆 응접실에서 일부 상주와 면담하고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문재인’이라는 내용의 조객록을 작성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SNS에 “김복동 할머니께서 어제 영면하셨다. 흰 저고리를 입고 뭉게구름 가득한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다. 할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이어 “역사 바로 세우기 잊지 않겠다.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 세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라며 “할머니, 편히 쉬십시오”라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인 2017년 8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 오찬자리에서 김 할머니와 만난 적 있다. 당시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휠체어를 타고 오찬에 참석한 김 할머니와 반갑게 인사하며 살뜰하게 챙겼다.
또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김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에 병문안을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길원옥·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8분과 청와대에서 비공개 오찬을 했는데, 병원에 입원해 참석하지 못한 김 할머니를 따로 만난 것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에게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제사회에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공개적으로 처음 고발한 김 할머니는 1년여의 암 투병 끝에 전날(28일) 오후 별세했다. 향년 93세.
김 할머니는 1940년 만 14세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에 끌려가 성노예 피해를 당했다. 귀향 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뿐 아니라 전 세계 성폭력 피해자와 이재민, 전쟁 피해 아동을 돕는 데 앞장섰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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